손민한·이호준 NC다이노스 코치

내년 새 야구장에서 새 도약을 노리는 NC다이노스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가을·겨울을 나고 있다.

외국인 선수 3인방 물갈이를 모두 마치고 FA 최대어라 불린 양의지를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한 게 한 예다.

이보다 앞서 NC는 지난 10월 이동욱 전 코치를 감독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현장과 데이터의 끊임없는 소통', '실력 위주의 선발 구성' 등 이 감독이 밝힌 내년 구상은 NC 변화를 한층 기대하게 했다.

지난달 NC가 확정해 발표한 내년 코치진 보직도 기대감을 드높였다. 특히 야인으로 지내다가 이 감독 부름에 응답한 손민한 코치와 일본에서 코치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NC의 영원한 주장 이호준도 이 감독과 한배를 타게 되면서 팬 이목을 끌었다. 두 코치는 각각 마운드와 타석에서 이 감독을 보조하며 선수단을 이끌 예정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가을 야구 주인공이 되겠다'는 NC. 올 시즌 리그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NC를 둘러싼 많은 입과 눈은 아직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선수와 프런트 의지, 기존 선수들의 노력 등이 그 바탕이다.

손민한·이호준 코치도 그 중심에 있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두 코치는 내년 NC 성공시대를 앞당길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NC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같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야구 철학과 지도 방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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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선수 시절 손민한 코치. /경남도민일보 DB
 

자유와 파격의 결정체

"휴식은 최대한 보장하고 보직 결정에서도 선수 의사를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NC다이노스 손민한 코치가 밝힌 지도 철학이 야구팬 이목을 끌고 있다. 코치라면 한 번쯤 꿈꿨을 일임에도 현실적 제약에 번번이 포기해야만 했던 철학. 하지만 '그래도 손민한이라면'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 10월 NC 2대 감독 이동욱 감독 취임식이 끝나고 만난 손 코치는 꽤 파격적인 지도 철학을 쏟아냈다.

첫 번째는 휴식이다.

"선수 위주의 훈련 방식,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그중 하나가 충분한 휴식이고요."

특히 손 코치는 '전지훈련 가서도 1시간 훈련하고 호텔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예를 들며 휴식 중요성을 강조했다.

휴식과 관련한 자율훈련 예고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선수들에게 공을 던질 때 손에서 공을 놓는 시간까지 자신이 지닌 에너지 100%를 쏟아내고 집중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단 100%를 발휘할 수 있게끔 선수 컨디션 조절을 제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안 하겠습니다."

부상 방지에 선수 시절 경험과 소통을 접목한 점도 눈에 띈다.

"저도 수술 경험이 두 번이나 있습니다. 투수는 공 하나를 잘못 던져서 혹은 부상이 계속 쌓여 수술대에 누울 수도 있지만 멀쩡하다가도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그날그날 선수 컨디션·마음가짐을 점검해야 합니다."

여기에 손 코치는 '혹 선수가 전날 과음을 해서 힘들다면 그조차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특히 지도자부터 마음을 열어야만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내비친 셈이다.

선발·불펜 등 투수 보직 결정도 파격적이다. 일반적으로 선발·불펜·마무리 등은 감독과 투수 코치가 의견을 나눠 정하기 마련.

하지만 손 코치는 이조차도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수 장점을 잘 살려볼 생각입니다. 믿음의 야구를 펼치며 선수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혹 그날 컨디션과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이닝을 감독에게 권유하고 밀어붙이려 합니다. 이동욱 감독님도 이 부분에 대해선 공감하고 계십니다."

사실 손 코치 철학은 모든 코치가 품은 이상이다. 손 코치 생각을 들은 지연규 코치는 '나도 항상 그러고 싶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생각'이라고 말할 정도. 물론 손 코치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자신 스타일이 팀에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 몇 년간 코치직 제안도 거절했던 그다.

그럼에도, 손 코치는 이번에야말로 자신 철학을 팀에 새기겠다는 각오다. '절친' 이동욱 감독의 지원과 믿음도 그 의지를 북돋고 있다.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최대한 실패를 줄이겠다고 하는 손 코치. 손 코치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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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준 NC 다이노스 코치. /경남도민일보 DB

단단하고 섬세한 준비

"멘붕클럽 한 번 부활시켜 보고 싶네요."

지난 12월 21일 NC 마무리캠프(CAMP 1) 종료를 앞두고 만난 이호준 NC다이노스 1군 타격 코치의 내년 준비는 단단하고 또 섬세했다.

이 코치는 선수·코치 연수 시절 경험이 깃든 자신의 야구 철학을 NC에 서서히 입히고 있었다.

'멘붕클럽'도 그중 한 가지다. 멘붕클럽은 이 코치가 SK에 몸담았던 2012년 만든 일종의 사모임이다. '경기 후 3명 이상 멘붕(멘털붕괴)인 선수가 나오면 선수단이 함께 식사를 하며 소통하자'는 취지로 만든 모임인데, 당시 선수들 호응도 좋았다는 게 이 코치 설명이다. 실제 효과도 좋았다. 선수 단합력·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멘붕클럽은 그해 SK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멘붕클럽은 경기 후 멘털이 흔들린 선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필요로하면 조언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서로 격의 없이 대화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때로는 진솔한 야구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선수 시절보다 연봉이 줄어들어 소고기는 못 사주지만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사 줄 수 있어요. 공이 안 맞는 야수들의 고민부터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멘붕클럽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이 코치는 이번 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도 재차 살폈다.

"팀에 펜스 중단 이상은 맞히는, 파워를 지닌 선수가 많습니다. 오영수, 이우성, 김진영, 김형준, 이원재, 강진성, 박헌욱, 유영준이 한 예에요. 앞으로의 숙제는 이 친구들 폼이 얼마나 올라오느냐입니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한국-일본 야구의 차이도 여과 없이 말했다. 디펜스·투수력·주루는 일본이 '비교 불가'일 정도로 훨씬 뛰어나지만 베팅 파워쪽에선 한국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일본 2군 에이스 투수가 우리나라 프로리그에 오면 10승은 무난히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차이는 기본기에서 비롯돼요. 프로무대에 와서도 2년여간 다시 몸을 만드는 등 관리 시스템도 두 국가 간극이 넓습니다. 프로무대는 끝이 아닌 진짜 시작이라는 점을 알고 선수나 팀이나 인내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코치는 이와 맞닿은 자신의 훈련 철학도 밝혔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게 그 핵심. 몸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고 타석에 들어서야만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야구장 나가서 못 하고 관중에게 야유받는 것보단 몸이 피곤한 게 그래도 더 낫지 않겠습니까. 물론 선수가 부족한 점을 하루 만에 바꾸고 채울 생각은 없습니다. 단, 그날 하루 목표치만큼은 연습을 통해 도달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예요."

베테랑 선수에서 '초보 코치'가 된 이 코치 목표는 변하지 않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 때문에 한 선수가 2군행을 통보받진 않을까, 반대로 자신이 2군으로 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이 코치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우리 팀이 지닌 장점들을 잘 건드려주면 플레이하는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올해보다는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어요. 아울러 현재 지닌 이 마음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살을 20kg이나 빼 몸은 가벼워졌다면서도 파워는 떨어진 듯해 아쉽다던 이 코치. 그럼에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야구를 이야기하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 코치의 새 길과 이 코치 지도로 변화해갈 NC를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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