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한·이호준 NC다이노스 코치
내년 새 야구장에서 새 도약을 노리는 NC다이노스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가을·겨울을 나고 있다.
외국인 선수 3인방 물갈이를 모두 마치고 FA 최대어라 불린 양의지를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한 게 한 예다.
이보다 앞서 NC는 지난 10월 이동욱 전 코치를 감독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현장과 데이터의 끊임없는 소통', '실력 위주의 선발 구성' 등 이 감독이 밝힌 내년 구상은 NC 변화를 한층 기대하게 했다.
지난달 NC가 확정해 발표한 내년 코치진 보직도 기대감을 드높였다. 특히 야인으로 지내다가 이 감독 부름에 응답한 손민한 코치와 일본에서 코치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NC의 영원한 주장 이호준도 이 감독과 한배를 타게 되면서 팬 이목을 끌었다. 두 코치는 각각 마운드와 타석에서 이 감독을 보조하며 선수단을 이끌 예정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가을 야구 주인공이 되겠다'는 NC. 올 시즌 리그 최하위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NC를 둘러싼 많은 입과 눈은 아직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선수와 프런트 의지, 기존 선수들의 노력 등이 그 바탕이다.
손민한·이호준 코치도 그 중심에 있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두 코치는 내년 NC 성공시대를 앞당길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NC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같으면서도 다른, 이들의 야구 철학과 지도 방향을 들어봤다.
자유와 파격의 결정체
"휴식은 최대한 보장하고 보직 결정에서도 선수 의사를 먼저 생각하겠습니다."
NC다이노스 손민한 코치가 밝힌 지도 철학이 야구팬 이목을 끌고 있다. 코치라면 한 번쯤 꿈꿨을 일임에도 현실적 제약에 번번이 포기해야만 했던 철학. 하지만 '그래도 손민한이라면'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지난 10월 NC 2대 감독 이동욱 감독 취임식이 끝나고 만난 손 코치는 꽤 파격적인 지도 철학을 쏟아냈다.
첫 번째는 휴식이다.
"선수 위주의 훈련 방식,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그중 하나가 충분한 휴식이고요."
특히 손 코치는 '전지훈련 가서도 1시간 훈련하고 호텔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예를 들며 휴식 중요성을 강조했다.
휴식과 관련한 자율훈련 예고도 눈길을 끌었다.
"앞서 선수들에게 공을 던질 때 손에서 공을 놓는 시간까지 자신이 지닌 에너지 100%를 쏟아내고 집중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단 100%를 발휘할 수 있게끔 선수 컨디션 조절을 제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어요.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안 하겠습니다."
부상 방지에 선수 시절 경험과 소통을 접목한 점도 눈에 띈다.
"저도 수술 경험이 두 번이나 있습니다. 투수는 공 하나를 잘못 던져서 혹은 부상이 계속 쌓여 수술대에 누울 수도 있지만 멀쩡하다가도 수술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그날그날 선수 컨디션·마음가짐을 점검해야 합니다."
여기에 손 코치는 '혹 선수가 전날 과음을 해서 힘들다면 그조차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특히 지도자부터 마음을 열어야만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확신을 내비친 셈이다.
선발·불펜 등 투수 보직 결정도 파격적이다. 일반적으로 선발·불펜·마무리 등은 감독과 투수 코치가 의견을 나눠 정하기 마련.
하지만 손 코치는 이조차도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선수 장점을 잘 살려볼 생각입니다. 믿음의 야구를 펼치며 선수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혹 그날 컨디션과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이닝을 감독에게 권유하고 밀어붙이려 합니다. 이동욱 감독님도 이 부분에 대해선 공감하고 계십니다."
사실 손 코치 철학은 모든 코치가 품은 이상이다. 손 코치 생각을 들은 지연규 코치는 '나도 항상 그러고 싶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그래도 참 좋은 생각'이라고 말할 정도. 물론 손 코치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자신 스타일이 팀에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 몇 년간 코치직 제안도 거절했던 그다.
그럼에도, 손 코치는 이번에야말로 자신 철학을 팀에 새기겠다는 각오다. '절친' 이동욱 감독의 지원과 믿음도 그 의지를 북돋고 있다.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최대한 실패를 줄이겠다고 하는 손 코치. 손 코치는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단단하고 섬세한 준비
"멘붕클럽 한 번 부활시켜 보고 싶네요."
지난 12월 21일 NC 마무리캠프(CAMP 1) 종료를 앞두고 만난 이호준 NC다이노스 1군 타격 코치의 내년 준비는 단단하고 또 섬세했다.
이 코치는 선수·코치 연수 시절 경험이 깃든 자신의 야구 철학을 NC에 서서히 입히고 있었다.
'멘붕클럽'도 그중 한 가지다. 멘붕클럽은 이 코치가 SK에 몸담았던 2012년 만든 일종의 사모임이다. '경기 후 3명 이상 멘붕(멘털붕괴)인 선수가 나오면 선수단이 함께 식사를 하며 소통하자'는 취지로 만든 모임인데, 당시 선수들 호응도 좋았다는 게 이 코치 설명이다. 실제 효과도 좋았다. 선수 단합력·조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멘붕클럽은 그해 SK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끄는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멘붕클럽은 경기 후 멘털이 흔들린 선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게 핵심입니다. 필요로하면 조언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서로 격의 없이 대화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때로는 진솔한 야구 이야기도 할 수 있습니다. 선수 시절보다 연봉이 줄어들어 소고기는 못 사주지만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는 사 줄 수 있어요. 공이 안 맞는 야수들의 고민부터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멘붕클럽에서 나누고 싶습니다."
이 코치는 이번 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도 재차 살폈다.
"팀에 펜스 중단 이상은 맞히는, 파워를 지닌 선수가 많습니다. 오영수, 이우성, 김진영, 김형준, 이원재, 강진성, 박헌욱, 유영준이 한 예에요. 앞으로의 숙제는 이 친구들 폼이 얼마나 올라오느냐입니다."
그러면서 이 코치는 한국-일본 야구의 차이도 여과 없이 말했다. 디펜스·투수력·주루는 일본이 '비교 불가'일 정도로 훨씬 뛰어나지만 베팅 파워쪽에선 한국이 더 낫다고 평가했다.
"일본 2군 에이스 투수가 우리나라 프로리그에 오면 10승은 무난히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차이는 기본기에서 비롯돼요. 프로무대에 와서도 2년여간 다시 몸을 만드는 등 관리 시스템도 두 국가 간극이 넓습니다. 프로무대는 끝이 아닌 진짜 시작이라는 점을 알고 선수나 팀이나 인내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코치는 이와 맞닿은 자신의 훈련 철학도 밝혔다. '안 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게 그 핵심. 몸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고 타석에 들어서야만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야구장 나가서 못 하고 관중에게 야유받는 것보단 몸이 피곤한 게 그래도 더 낫지 않겠습니까. 물론 선수가 부족한 점을 하루 만에 바꾸고 채울 생각은 없습니다. 단, 그날 하루 목표치만큼은 연습을 통해 도달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예요."
베테랑 선수에서 '초보 코치'가 된 이 코치 목표는 변하지 않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 때문에 한 선수가 2군행을 통보받진 않을까, 반대로 자신이 2군으로 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이 코치는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우리 팀이 지닌 장점들을 잘 건드려주면 플레이하는 친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올해보다는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어요. 아울러 현재 지닌 이 마음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살을 20kg이나 빼 몸은 가벼워졌다면서도 파워는 떨어진 듯해 아쉽다던 이 코치. 그럼에도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야구를 이야기하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매서웠다. 이 코치의 새 길과 이 코치 지도로 변화해갈 NC를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