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겨울달이자 섣달인 12월도 쏜살처럼 흘렀습니다. 어느덧 해가 바뀌고 새로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새해에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고 하니 저도 기쁩니다. 새해 새 마음 새 뜻으로 다짐하신 일들도 모두 다 이루시길 비손합니다. 새해에는 더 많은 토박이말을 가지고 더 자주 찾아뵐 수 있도록 더욱 힘을 쓰겠습니다.


우주다

뜻: 장사판에서 이익을 남겨 주다

사람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을 자주 먹거나 많이 먹으면 덧이 나기 마련이고 마음이 좋지 않고 괴로워도 몸에 덧이 난다고 합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저도 요즘 마음 쓰지 않아도 될 일에 마음을 쓰고 몸도 잘 챙기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기도 해야 하지만 몸에 나쁜 것을 덜 먹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먹거리를 파는 사람들이 나쁜 마음을 먹고 속이려 들면 어쩔 수가 없기도 합니다.

안 좋은 곳에서 잡은 고기를 마치 우리나라 앞바다에서 잡은 것처럼 속여 팔다가 들킨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누가 우준다는 것을 마다하기 쉽지 않겠지만 씁쓸했습니다. 제 식구들 입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 않을 텐데 싶어서 말입니다.

몸을 살리려면 몸에 좋은 먹거리를 챙겨 먹어야 하듯이 우리 얼을 살리려면 토박이말을 잘 챙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곤 합니다. 이 말이 자주 쓰이지 않지만 '우'가 '이익'을 뜻하는 말로 쓸 수 있다는 좋은 보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익이 나다'는 '우나다'와 같은 말을 새롭게 만들어 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우중우중

뜻: 몸을 일으켜 서거나 걷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곳곳이 막혀 있어 답답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밝게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기쁘게 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한결 기운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도 몇 가지 잘 풀렸습니다. 바쁘게 보내느라 밖에 일을 보러 나가는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밖에 나가 일을 보고 고장 배움책을 만든 분들과 즐겁게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세 분이 일이 있어 못 와 아쉬웠지만 책이 잘 나왔다고 하니 기분도 좋았고 밥도 맛이 있었습니다.

집 앞에 왔을 때 아이들이 여럿 길을 막고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아마 똑똑말틀 놀이(스마트폰 게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가까이 가서 기척을 하니 우중우중 일어나 비켰습니다. 날씨도 쌀랑하고 날도 어두운데 길에서 그러고 있는 걸 보니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종이 위에 적힌 풀거리(문제)를 푸는 것보다 좀 더 뜻깊은 일에 마음을 쓰고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뜻: 여럿이 어떤 일을 한창 함께 하는 바람

일을 마치고 경남교육박람회 갖춤(준비)을 했습니다. 다들 바쁜 분들인데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고 하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바로 고마움을 갚아 드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도움을 주신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더욱 애를 쓰겠다고 입다짐을 해 드렸습니다. 밤에도 남아서 일을 했는데 옆에 있는 사람들 운에 딸려 힘든 줄 모르고 했습니다.

불을 끄고 나와 깜깜하게 바뀐 배곳(학교)을 보면서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챙긴 것들을 많은 분들이 보시고 토박이말 놀배움과 더욱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운꾼

뜻: 한데 어울려 일할 사람

엿날(토요일)에는 '토박이말과 함께하는 행복교육' 닦음(연수)이 있었습니다. 두 해 동안 같은 배해(학년) 아이들과 함께한 토박이말 놀배움을 알려주신 박민정 선생님, 경남교육청에서 꾸리고 있는 '행복교육'을 꼼꼼하게 풀이해 주시고 토박이말 놀배움과 이을 수를 함께 찾아봐 주신 박혜숙 장학관님, 멀리 서울에서 오셔서 토박이말을 배움 속에서 풀어 가시는 좋은 보기를 넉넉하게 보여 주신 김택신 선생님께 고마운 말씀을 올립니다.

남들은 쉬는 날 닦음(연수)에 함께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머리 숙여 고맙다는 말씀을 올렸습니다. 끝까지 남아서 토박이말 놀배움을 더 좋게 하고 더 나아지게 할 수를 아낌없이 말씀해 주셔서 더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토박이말 살리는 일에 운꾼들이 많이 늘어날 거라는 믿음도 얻었습니다.


울레줄레

뜻: 크고 작은 사람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따르거나 늘어선 모양

이틀 달아서 잠이 모자라 그랬는지 어제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더 힘이 들었습니다. 일어날 때를 알리는 노래를 듣고 다시 잠이 들었다 나오니 여느 때보다 늦었더군요. 밖에 일을 보러 갈 일이 있어서 옷을 챙기느라 좀 더 늦게 배곳(학교)에 닿았습니다. 울레줄레 배곳(학교)으로 오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때 아이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미리 일을 해 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서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울멍지다

뜻: 남에게서 비웃음을 받음. 또는 그 비웃음.

밝날(일요일)은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갔습니다. 많이 하는 집에 견주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안 하던 일을 하니 힘은 들었습니다. 팔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 이리저리 몸씨(자세)를 바꿔 가며 양념을 발랐습니다. 세 때새(시간) 남짓 쉬지 않고 해서 끝을 내고 맛있는 돼지고기와 함께 갓 담근 김치를 먹으니 참 꿀맛이었습니다.

가지고 간 그릇에 담아 쌓아 놓고 보니 저희 게 더 울멍지게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제 손길이 닿은 것이기 때문에 그랬지 싶습니다. 저희 몫을 챙겨 와 갈무리를 해 넣고 나니 뿌듯하기도 했고 맛있는 김치를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게 해 주신 가시어머니(장모님)께 고마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안 쓰던 힘살(근육)을 써서 그런지 잠자리에 들어가 누울 때 아야 소리가 났지만 큰일을 한 가지 끝낸 보람을 느끼며 푹 잘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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