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들은 가난한 노점장수 / 길가에 나뭇가지에 지붕 위에 / 온갖 잡동사니 물건을 펴놓고 / 아침부터 부지런히 팔고 있어요 / 이슬을 사세요 짹짹 / 풀잎을 사세요 짹짹 / 나팔꽃을 사세요 짹짹 / 향긋한 바람을 사세요 짹짹 / 하늘을 사세요 짹짹 / 붕어 새끼만 한 구름 조각도 사세요 짹짹

이오덕 선생님이 쓴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란 시의 한 구절이다. 시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가난뱅이 노점장수 참새가 파는 물건들은 이슬, 풀잎, 나팔꽃, 향긋한 바람, 하늘, 구름 조각 같은 것들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참새들 표정이 시에 그대로 묻어나 있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새. 참새는 이름에 진실을 나타내는 '참'자가 들어가 있다. 진짜 새라는 뜻도 있고, 기준을 나타내는 뜻도 포함되어있다. 그래서 참새보다 작은 새도 있고, 참새보다 큰 새도 있다. 참새는 한자어로 빈작, 와작, 황작이라고도 한다. 특히 늙어서 무늬가 있는 것은 마작, 어려서 입이 황색인 것은 황작이라 불렀다. 작설차에 있는 '작'자도 참새를 가리키는 말이다. 옛 그림에 나오는 참새 무리는 축복을 전해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화가 변상벽이 그린 <묘작도>는 고양이 한 마리가 참새를 잡으러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오도 가도 못 하게 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제멋대로 나무에 앉아 있는 참새 모습이 실제로 참새가 앉아 있는 사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이다. 참새와 고양이 모두 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참새가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풍년 농사를 떠올린 것일 수도 있겠다. 이처럼 참새는 우리네 삶 속에 늘 정겹고 친근한 새로 다가온다. 참새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지저귀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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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유럽에서부터 아시아 대륙에 걸쳐 널리 번식하는 새다. 지구상에는 19종의 참새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참새와 섬참새 두 종이 살고 있다. 섬참새는 울릉도와 제주도를 비롯한 섬에서 볼 수 있는데 반해 참새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새다. 지붕 처마 밑, 건물 틈새, 전봇대나 인공 건축물, 다른 새가 번식을 끝내고 버린 둥지, 인공 새집 어느 곳에서나 번식하는 가장 흔한 텃새이기도 하다. 둥지 재료는 주로 마른 풀을 이용하는데 심지어 비닐까지 물어다 둥지를 짓는다. 2월에서 9월 사이에 한 배에 4개에서 8개 정도 알을 낳는다. 알을 품는 기간은 12일~14일쯤 되고, 알에서 깬 새끼는 둥지에서 13~14일간 머무른 후 밖으로 나온다. 여러 쌍이 가깝게 모여서 새끼를 치기도 하는 특성이 있다. 번식기 이외에는 무리 생활을 하는데 밤에는 대나무 숲에 수십 마리가 모여들어 잠을 잔다. 주로 새끼들이다. 어미 새는 번식에 이용됐던 처마 밑이나 건물 틈새 같은 장소에서 한 마리씩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어린 시절 참새 잡으러 다녔던 그 장소들이다. 참새가 구이용으로 팔리기도 했던 시절 이야기다. 그땐 추운 겨울이 되면 볍씨를 뿌려 놓은 곳에 참새들이 앞 다투어 내려앉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참새를 잡는 방법은 다양했는데 말총으로 만든 올가미나 덫이 많이 사용되었다. 공기총이 보급된 후부터는 산탄 총알에 희생된 참새들도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납으로 만든 총알이 흩어지면서 참새 몸속으로 들어가 죽은 참새를 구워 먹었다는 사실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옛날에는 한 해에 지은 농사나 그 밖의 일을 여러 신에게 고하는 제삿날을 납일이라고 하는데 이 납일에 많이 잡아 구워 먹었다고 한다.

참새에 관한 여러 이야기 중 가장 황당한 이야기는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이던 모택동이 1955년에 농촌 현지 지도를 나가서 지나가던 참새를 보고 검지손가락으로 '참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지목하면서 참새의 수난 시대가 시작된다. 모택동의 지시가 있은 후 중국 인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4가지 해로운 것들로 모기, 파리, 쥐 그리고 참새가 박멸 운동 대상이 된다. 이어서 중국의 모든 인민들은 참새 사냥에 동원된다. 새총을 쏘는 아이들, 징과 세숫대야를 시끄럽게 울려대는 어른들, 도구가 없으면 목청껏 새를 쫓는 방법들이다. 참새들이 땅이나 나뭇가지 위에 또는 지붕과 처마에 앉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중국이 자랑(?)하는 인해전술이 참새 박멸에도 사용되었던 것이다. 참새가 앉아서 쉬지 못하게 하면 결국 탈진에 이르게 되고 그때를 노려 잡는 방법으로 참새 박멸 운동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전투(?)의 결과는 1959년에 나타났다. 1958년 한 해 동안만 참새 2억 1,000만 마리가 잡히는 눈부신 전과를 올리게 된 것이다. 잡은 참새를 달구지에 매달고 거리에서 퍼레이드까지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참새 사냥의 결과는 의외로 처참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대 흉년이 발생한 것이다. 참새가 잡아먹고 살았던 곤충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것이 흉년의 원인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때마침 닥쳐온 기상재해가 가장 큰 원인이긴 한데 참새의 대량 학살도 병충해 발생으로 인한 흉년을 불러온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참새는 부리가 짧고 단단해서 곡식을 쪼아 먹기에 알맞은 구조로 몸이 진화된 새다. 하지만 여름에는 사람에게 해로운 곤충을 더 많이 잡아먹는다. 가을이 다가오면서 벼나 조가 익기 시작하면 대규모로 무리 지어 들판을 날아다닌다. 겨울을 나기 위해 집단으로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면서 벼논을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새끼를 키우는 어미 새는 둥지에서 약 200m 이상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또 하루에 600회 이상 먹이를 날라 와서 새끼에게 먹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풍년을 바라는 농부의 마음에서 보면 참새는 무서운 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에는 '혀 잘린 참새'라는 재밌는 전래동화가 있다. 동화에 등장하는 참새의 사연은 이렇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자식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밭에서 일하던 할아버지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한다.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는 참새를 집으로 데려와 아픈 상처를 치료해주고 곡식을 먹이며 정성스럽게 키웠다. 그런 어느 날 할아버지는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고, 할머니는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무 위에서 놀고 있던 참새가 내려와 할머니가 쑤어 놓은 풀을 전부 먹어 버렸다. 할머니는 버럭 화를 내며 참새를 잡아 가위로 혀를 싹둑 잘라 버렸다. 혀 잘린 참새는 울면서 산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참새를 찾으러 산으로 갔는데 대나무 숲에서 참새를 만난다. 같이 있던 다른 참새들이 보답의 뜻으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궤짝을 준다. 집에 돌아와 궤짝을 열었더니 금은보화가 가득 차 있었다. 이를 지켜본 욕심쟁이 할머니는 산으로 달려가 참새들에게 더 큰 궤짝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참새들이 준 큰 궤짝을 열었더니 요괴, 뱀, 도마뱀, 개구리, 벌 같은 벌레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기겁을 한 할머니는 엉금엉금 기어서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부터는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되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다친 참새를 치료해 키워 준 할아버지는 복을 받고, 가위로 참새 혀를 자른 할머니는 벌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우리네 흥부전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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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시리즈'에 등장하는 참새들 이야기도 재미있다. 크게 유행했던 참새 시리즈 몇 개를 소개해 본다. 참새 부부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데, 포수가 암참새를 쏘았다. 암컷이 떨어지며, "여보, 일찍 들어오시고, 술 너무 잡숫지 마세요!" 수컷이, "아저씨, 재 아직 안 죽었대요. 한 방 더 쏘세요."

참새 두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었다. 포수가 총을 쏘아 그중 한 마리가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하는 말. "짹!" 참새들이 전깃줄에 앉아 있었다. 포수가 쏘아도 한 마리도 날아가지 않았다. 참새들이 일제히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제까지 참새 시리즈를 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속담에 들어있는 참새들도 '짹짹'하며 친근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랴.', '참새가 아무리 떠들어도 구렁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참새가 작아도 일만 잘한다.', '참새가 죽어도 짹 한다.', '참새 굴레 씌우겠다.'

그런데 그 많던 참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설마 포수에게 사냥을 당하는 바람에 개체 수가 줄어들고 말았을까? 참새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아무래도 환경오염과 주택 지붕 개량,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있는 듯하다. 사람들 욕심 때문에 참새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면 참새들 움직임과 노랫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모래 목욕하며 먹이 찾아 움직이는 모습도 제법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 참새는 모래 목욕을 자주 즐긴다. 그래서 모래가 있는 곳에서는 몸을 파묻고 깃털을 털어대는 참새 무리를 만날 수 있다. 깃털 사이에 붙어사는 기생충을 털어내는 행동들이다. 참새는 도시에도 살고, 농촌에도 산다. 도시 참새들은 사람들이 먹다 버린 빵이나 과자 부스러기 또는 고양이 먹이를 즐겨 찾는다. 자동차 매연, 에어컨이나 난방기 연통에서 나오는 그을음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깃털이 까맣게 변한 참새들도 보인다. 주변에서 참새 만나게 되면 조금만 시간 내서 가만히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된다. 총총총 걷는 모양새가 무척 귀엽다. 사람들 눈치 살피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네 삶과도 많이 닮아있다. 참새나 없이 사는 사람들은 겨울 보내는 일이 무척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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