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문화예술 잇는 다리, 그 이상의 역할을 찾아라

문화예술과 경남도민의 거리는 얼마일까. 가깝거나 멀거나, 아니면 아예 동떨어졌거나.

문화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문화예술 향유'를 중심에 놓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화예술 향유에는 개인차가 있다.

도민과 문화예술 틈을 좁히는 역할은 결국 공공 문화예술기관에 있다. 그 중심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문화예술회관, 경남도립미술관이 있다. 새해를 맞아 총 4회에 걸쳐 이들 세 기관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도민 문화예술생활의 근거지로서 지속 가능성을 따져본다.

▲ 지난해 합천 덕곡면 옛 학남초교 터로 이전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 / 콘텐츠 정책 종합 추진 …기능별 분리·강화 절실

이름만 봐선 구체적으로 무얼 하는 곳인지 선뜻 알아차리기 어렵다. 문예진흥원 역할은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된다. 문예진흥원은 △문화예술 창작활동 지원 △생활문화 향유 기회 확대 △문화산업 기반 조성·육성 △문화복지·문화교류 활성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실현 △지역문화 중추기관 위상 제고를 목표로 한다. 도내 문화예술 콘텐츠 생산을 놓고, 정책적 지원과 방향성을 따지는 것이 전반적인 역할이다.

지난해 문예진흥원은 국비 사업을 여럿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남 콘텐츠 기업 육성센터 조성' 국비 48억 원, '음악 창작소 조성' 국비 10억 원,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국비 6000만 원 등이다. 각각 콘텐츠산업 육성, 음악 창작 생태계 조성, 생애주기별 맞춤형 문화예술 교육 확대 시행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지난해 문예진흥원 활동 중 ICT(정보통신기술)를 예술 분야에 적용한 뉴아트(융복합) 창작공연 지원 사업, 영호남 전통문화 자원 콘텐츠 가능성을 타진한 '영호남 명무명창전' 기획은 새로이 돋보였다.

마을공동체 문화 활성화가 목적인 '문화우물 사업'은 꾸준한 성과를 보이며 문예진흥원 대표 사업으로 우뚝 섰다.

문예진흥원 과제는 기능적 분리 방안 모색과 효율성 제고다. 문예진흥원은 그간 여러 부침을 겪었다. 지난 2013년 문화재단·콘텐츠진흥원·영상위원회를 통합한 것이 지금의 문예진흥원이다. 각각 고유 전문 지원 영역이 있어 분리 요구가 크다.

더욱이 지난해 합천 덕곡면 옛 학남초교 터로 옮겼는데, 효율성 측면에서 의문 부호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장종하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은 "경남 문화예술인과 단체 70% 이상이 김해·창원 등 동부권에서 활동하는데 홍준표 전 도지사 시절 무리하게 이전하면서 현재 제 역할을 못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예진흥원은 문화예술 콘텐츠 관련 분야 정책을 종합 전담·추진하는 기관"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옮긴 탓에 행정기관인 도청은 창원에, 수행기관은 창원 기준 왕복 3시간 거리에 있어 비효율적·기형적 구조로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접근성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진주 남강 둔치에 자리한 경남문예회관. 지난해 30주년을 맞았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경남문화예술회관 / 다양한 공연·전시의 장…지역민 참여 기회 부족

진주 남강 둔치에 자리한 경남문예회관은 지난해 30주년을 맞았다. 경남문예회관은 지난 1988년 경남도 직영 사업소로 들어섰다. 중간에 두 차례 위탁 관리를 거쳐, 다시 경남도 사업소로 돌아왔다.

경남문예회관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도민에게 우수한 문화예술을 소개해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가에게 발표의 장을 제공해 지역 문화예술 거점으로 정체성을 구축하는 일이다.

경남문예회관은 매년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다양한 분야 기획 공연과 전시를 벌인다. 지역 예술단체 대관 사업과 자체 기획 사업, 예술교육도 병행한다.

기획 사업은 지역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러 분야 행사를 기획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수도권과 지역 편차를 좁혀 도민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리도록 돕는 매개체인 셈이다.

더 많은 도민이 공간을 찾게끔 지난 2017년부터 시즌제를 도입했다. 지난해는 개관 30주년을 맞아 총 28건, 40회 기획 공연을 선보였다. 지역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여러 공연을 제작했다.

나아가 경남문예회관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역할 재정립과 인프라 마련이다.

금동엽 울산문화예술회관장은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할 때 공공 문화예술회관 역할에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며 "시민 기본권으로서 문화권을 보장하고자 문화 민주화와 더불어 문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도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문예회관이 "기존 역할에서 더 나아가 지역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문화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도록 문화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경남문예회관이 도민의 문화 활동 참여를 높이려면 물리적 제약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공연장 이외에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 소규모 공연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 더욱이 문화예술교육 공간도 다양하지 않다.

이영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은 "경남문예회관은 공연장 역할뿐만 아니라 항상 개방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지역 예술인·단체의 다양한 예술 활동을 풀어낼 거점 역할을 하려면 중·소공연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2004년 경남도청 옆에 세워진 경남도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 일상과 가까워진 미술…지역 자산·역사 키워야

지난 2004년 창원시에 둥지를 튼 도립미술관은 국내외 수준 높은 작품 전시로 공공미술관 구실을 한다. 지난해 도립미술관은 지역 미술전 등 6개 분야, 14건 기획 전시를 벌여 8만여 명 관람객을 불러들였다.

전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양한 행사로 공간 문턱을 낮추는 데도 집중했다. 도민 미술문화 향유 욕구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몸짓이다. 미술 강좌 프로그램인 '뮤지엄 렉처'는 지난해 △창원조각비엔날레-무엇을 이야기했는가 △상상된 경계들-광주비엔날레와 전시현장 △작가 직거래장터-유니온 아트페어를 말하다 △예술의 생산과 재순환을 위한 시도- 공간과 전시 △미술과 저널 등 총 5회로 진행했다.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아티스트 토크'도 지난해 처음 선보였다.

더불어 '메이커즈 마켓'이나, 창원대와 공동 주최한 '글림생활' 등 미술관 야외 공간을 활용한 아트마켓을 벌여 도민 누구나 쉽게 찾게끔 유도했다.

도립미술관을 물리적으로 찾기 어려운 도민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도립미술관'을 운영하는 시도도 눈여겨볼 점이다.

도립미술관 역할 가운데 가장 명확한 임무를 꼽자면 지역 미술사 정립과 우수 문화유산 전승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황무현 마산대 아동미술교육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도립미술관 정체성은 수장고에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지역 미술사 정립과 도민의 미술문화 향유 매개가 역할이라면 도립미술관 수집 방향은 경남 미술사 형성에 주요한 지역 출신, 연고 작가 대표 작품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15주년을 맞는 도립미술관은 현대미술 향유 중심으로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보니 평범한 지역 미술관에 머문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도별 관람객이 2016년을 기점으로 14만여 명, 2017년은 11만여 명인데 지난해는 8만여 명"이라며 "성찰과 새로운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도립미술관 앞으로 과제는 학예 기능 보완·미술문화 향유 프로그램 활성화·지역 미술 자산 수집 예산 확대 등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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