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 그러한지 역시 새해는 새해입니다. 2019년-기해(己亥)년 돼지띠 해의 새 해도 박두진의 시구처럼 '해맑게 씻은 얼굴'로 희망의 금빛 햇살을 듬뿍 안겨줬습니다. 새해 첫날의 '첫' 그 관형사(冠形詞)를 떠올리다가 엉뚱하게 '첫째'와 머리에 쓰는 '관(冠)'을 상상으로 조합한 '첫째 우승자가 쓴 관'과 그 빛에 가려진 꼴찌가 함께 생각나 좀 심란했습니다. 그래서 그 심란을 가라앉혀줄 시 한 편을 애써 골라 나직이 읊조려 봤습니다. 반칠환 시인의 작품 <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 말은 뛰어서 / 거북이는 걸어서 / 달팽이는 기어서 / 굼벵이는 굴렀는데 /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날든, 뛰든, 걷든, 기든, 구르든, 앉은 채로든 그게 무슨 상관? '공동 1위'의 모순적 역설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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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할 때마다

늘 1등을 한 소녀가

어느 날 골인 직전에

쓰러지는 길을 택했네'

그 영화

<소중한 날의 꿈>처럼

곱게도 살아 볼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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