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보장 탓 정반대 업무추진 진풍경
정치지형 변해도 공복 소신 변하지 않길

최근 대대적인 경남도청 공무원 인사가 이뤄졌다. 청내 절반 가까운 인원이 자리를 옮겼을 정도라고 하니 야릇한 긴장감과 술렁거림이 없을 수 없다. 김경수 지사로서는 취임 후 사실상 첫 인사를 단행한 것이고 향후 펼쳐나갈 도정 밑그림을 완성한 셈이라 할 수 있다.

경제혁신·사회혁신·도정혁신이라는 도정 목표가 이번 인사에 뚜렷하게 새겨진 측면이 있어 보이고, 그만큼 기존 업무 틀을 일신하려 한 의지도 엿보인다.

인사를 전후해 이런저런 뒷말들이 무성했던 것도 사실이다. 정무직 보좌관을 대거 수혈한 데 대해서는 기존 공무원들의 반발심리가 이는 듯했고, 각종 '혁신 추진단'의 신설을 둘러싼 '옥상옥 논란'도 간간이 이는 모양새다.

임기 초이고 지사의 도정 혁신 의지가 강한 만큼 큰 흐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아직 구현되지 않은 불확실성 앞에 선 조건반사적 수군거림인 듯도 싶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감도는 가운데서도,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건 주목할 만하다.

경남도청 공무원노조는 인사 발표 직전 하나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공노조는 홍준표 전 지사 재임 시절 발탁 승진이라는 명분으로 고속 승진한 일부 간부 공무원을 우회적으로 지목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홍준표 도정에서 일상을 벗어난 과한 인사 혜택을 본 간부 공무원들은 다른 동료에게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공노조가 지목한 '고속 승진한 일부 간부공무원'의 대표적인 예를 꼽자면, 이번 인사로 '교육 연수'에서 복귀한 신대호 재난안전건설본부장과 윤인국 복지보건국장을 들 수 있겠다.

신 본부장은 홍준표 도정 시절 행정국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2급으로 승진해 김해부시장으로 재직한 도청 내 몇 안 되는 '2급 요원' 중 한 명이다. 윤인국 국장은 도청 기획관으로서 홍 전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정책의 핵심적인 브레인 역할을 담당하다 부단체장 근무 후 3급으로 승진했다. 무상급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논리를 개발해온 윤 국장이 김경수 도정에서 복지보건국 업무 전반을 진두지휘하게 된 건 여러모로 이채롭다 할 만하다.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논평이 있는가 하면, 수장이 바뀌는 데 따라 부침을 겪어야 하는 공무원 사회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는 줄 안다.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장을 펼쳐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청와대 6급 공무원'의 미심쩍은 폭로가 정국을 벌집 쑤신 듯이 급변시킨 현상 또한 허투루 놓칠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김 지사의 언급대로 도청 실·국장은 '지방정부의 장관'이기도 하다.

임채민.jpg

정치지형이 역동적으로 변하면서 이 같은 '공무원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고 심화할 전망이다. 공무원들의 소신이 국민(도민)에게만 정확히 맞춰져 있다면야 걱정할 일이 아니겠지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