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는 표현하는 순간 이중성을 갖게 된다. 언어는 상대방이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법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언어의 내용이나 성격에 따라 폭넓게 해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사롭게 또는 곡해하는 사람이 있기에 자기에게 다가온 말과 글을 꼽씹어 보고, 가능하면 올바르게 해석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회자하고 있는 말 중에 '내로남불'이라는 낱말이 있다. 즉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스캔들·불륜이고, 내가 하는 것은 로맨스라는 말이다. 이런 식의 말을 언어의 이중성 또는 이중 잣대라고 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예사로 하는 무책임한 말로 '아니면 그만이지'와 같은 쓸모없는 말과 같다. 내가 하는 말이나 술수를 부리는 것은 올바른 목적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 괜찮고, 남이 그렇게 하는 것은 나쁜 목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언어의 이중성에는 항상 '내 말이 옳다'고 하는 저의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즉 진리의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정치판에서 여야가 힘겨루기하는 것도 '내로남불'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서로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판에서는 '내로남불' 현상이 넘치는 것 같다. '내로남불'은 남이 하면 온갖 비난을 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각종 변명을 들어 합리화시키는 즉, 남에게는 엄격하나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자기중심적 행동을 말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특권인 양 '내로남불'을 남용하고 있다. 국민은 이러한 모습들을 보고 다음에는 올바르게 주권행사를 하겠다고 다짐을 해보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 위해선 '내로남불'보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방 의견을 존중해주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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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지난해 초에 각 비서관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는 액자를 선물했다고 한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같이 부드럽게 대하고, 자기를 대할 때는 가을의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좋은 글귀를 선물했으나 요즘 '내로남불'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춘풍추상이 맥을 못 추고 정국이 시끄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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