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일찍 여는 새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되길"
훤히 불 밝힌 이른 아침…상인들 장사 준비 '활기'…"경기 침체 나아졌으면"
"오이소~ 뭐 찾는 데예? 싸게 해주께."
한 해를 보낸 아쉬움과 새해를 시작하는 희망이 공존하는 1월 1일. 창원 마산합포구 어시장 상인들은 새해 아침을 누구보다 일찍 열었다. 오전 7시 20분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에도 횟집골목은 훤하게 불을 밝혔다. 가게마다 쏟아진 밝은 불빛은 새벽의 미명을 일찌감치 몰아낸 모습이다.
수산물을 다듬는 상인들 손길이 분주하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는 상인은 밥 한 숟갈 뜨면서도 지나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장사하는 사람이 남들 쉴 때 일해야지 먹고살지. 이렇게 안 하면 우째 사노."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된장국으로 식사를 하던 그는 결국 손님의 부름에 자리를 떴다.
새해 첫날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상인들에게는 그저 치열한 하루의 시작일 뿐이다.
난전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상인도 40년간 지킨 삶의 터전에서 새해를 맞았다. 올해 여든 된 상인은 조그마한 전기 난로 옆에 바짝 붙어 차가운 손을 녹이고 있었다. 지금은 마산 내서읍으로 옮긴 청과물시장이 있을 때부터 과일을 판 그는 갈수록 힘이 부친다.
"장사가 안 돼서 죽을 맛이여. 어제는 그래도 한 해 마지막 날이라고 손님이 왔는디…. 오늘은 그만큼 될런가 모르지."
들여온 과일이 얼어붙을까 봐 자식 돌보듯 이불을 덮는 그의 손길에 고충과 애환이 묻어난다.
어패·생선류를 파는 50대 상인은 언 생선을 다듬느라 빨갛게 얼어버린 손을 뜨거운 물로 겨우 녹였다. 시린 추위보다 힘든 건 예전처럼 찾지 않는 손님들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해마다 매상이 떨어졌다.
"겨울에는 추워서 밖에서 장사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장사만 잘되면 이게 대수겠나?"
그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 잔 걸쳤다. 잠시나마 매서운 추위를 잊기 위해서다. 난전을 펼치면서 마시다 만 소주를 흩뿌렸다. 액운을 쫓고 올 한 해 장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나름의 새해 의식이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새해지만 어제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생선회를 납품하는 60대 상인은 새해 첫해를 보고 나오느라 평소보다 1시간 늦게 가게 문을 열었다.
"새해에는 사정이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지. 예전처럼 시장에도 활기가 돌아 상인 모두가 즐거우면 얼마나 좋겠노."
어느새 날이 밝아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어시장에도 활기가 돌았다.
상인들은 "묵고살기 각박해도 함께 나눠 먹어야 다 같이 살지"라며 뜨끈한 커피를 건넸다. 이렇게 얻어마신 커피가 세 잔이나 됐다.
비록 경기는 얼어붙었지만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정이 있어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새해 첫날 어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