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일찍 여는 새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되길"
훤히 불 밝힌 이른 아침…상인들 장사 준비 '활기'…"경기 침체 나아졌으면"

"오이소~ 뭐 찾는 데예? 싸게 해주께."

한 해를 보낸 아쉬움과 새해를 시작하는 희망이 공존하는 1월 1일. 창원 마산합포구 어시장 상인들은 새해 아침을 누구보다 일찍 열었다. 오전 7시 20분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이른 아침에도 횟집골목은 훤하게 불을 밝혔다. 가게마다 쏟아진 밝은 불빛은 새벽의 미명을 일찌감치 몰아낸 모습이다.

수산물을 다듬는 상인들 손길이 분주하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해결하려는 상인은 밥 한 숟갈 뜨면서도 지나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장사하는 사람이 남들 쉴 때 일해야지 먹고살지. 이렇게 안 하면 우째 사노."

의자에 반쯤 걸터앉아 된장국으로 식사를 하던 그는 결국 손님의 부름에 자리를 떴다.

▲ 마산 어시장 상인이 새해 첫날 이른 아침부터 장사를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문정민 기자

새해 첫날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상인들에게는 그저 치열한 하루의 시작일 뿐이다.

난전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상인도 40년간 지킨 삶의 터전에서 새해를 맞았다. 올해 여든 된 상인은 조그마한 전기 난로 옆에 바짝 붙어 차가운 손을 녹이고 있었다. 지금은 마산 내서읍으로 옮긴 청과물시장이 있을 때부터 과일을 판 그는 갈수록 힘이 부친다.

"장사가 안 돼서 죽을 맛이여. 어제는 그래도 한 해 마지막 날이라고 손님이 왔는디…. 오늘은 그만큼 될런가 모르지."

들여온 과일이 얼어붙을까 봐 자식 돌보듯 이불을 덮는 그의 손길에 고충과 애환이 묻어난다.

어패·생선류를 파는 50대 상인은 언 생선을 다듬느라 빨갛게 얼어버린 손을 뜨거운 물로 겨우 녹였다. 시린 추위보다 힘든 건 예전처럼 찾지 않는 손님들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해마다 매상이 떨어졌다.

"겨울에는 추워서 밖에서 장사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장사만 잘되면 이게 대수겠나?"

그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소주 한 잔 걸쳤다. 잠시나마 매서운 추위를 잊기 위해서다. 난전을 펼치면서 마시다 만 소주를 흩뿌렸다. 액운을 쫓고 올 한 해 장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나름의 새해 의식이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새해지만 어제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생선회를 납품하는 60대 상인은 새해 첫해를 보고 나오느라 평소보다 1시간 늦게 가게 문을 열었다.

"새해에는 사정이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지. 예전처럼 시장에도 활기가 돌아 상인 모두가 즐거우면 얼마나 좋겠노."

어느새 날이 밝아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어시장에도 활기가 돌았다.

상인들은 "묵고살기 각박해도 함께 나눠 먹어야 다 같이 살지"라며 뜨끈한 커피를 건넸다. 이렇게 얻어마신 커피가 세 잔이나 됐다.

비록 경기는 얼어붙었지만 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정이 있어 훈훈한 기운이 감도는 새해 첫날 어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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