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 소녀를 만나다
"위안부 문제 더 관심 갖도록"
성새빛·이시헌·주성현 씨
3300㎞ 국토대장정 출발

올해는 일제에 저항하고자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많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는 3년이 지나도록 공식적으로 무효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등록된 일본 위안부 피해자는 이제 전국에 25명(경남 4명)만이 생존해 있습니다. 올해는 청산하지 못한 일제강점기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전환점입니다. 전국에 세워진 소녀상을 만나러 길을 나선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경남지역 대학생 3명이 2019년 새해 첫날 전국 101개 소녀상을 찾아 국토대장정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주인공은 성새빛(23·경남대), 이시헌(23·경남대), 주성현(23·창원대) 씨다.

▲ 새해 첫 아침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 앞 '기억과 소망비' 앞에서 (왼쪽부터)성새빛, 주성현, 이시헌 씨가 전국 소녀상 국토대장정을 시작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친구 사이인 이들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문'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2015년 합의가 △피해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 △시민의 뜻을 묻지 않고, 합의 내용을 비공개한 점 △피해 당사자를 제외하고 정부가 일을 진행한 점 등을 들어 옳지 않았다고 봤다. 그리고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눈 끝에 '겨울, 봄을 기다리는 나비'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많은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성새빛 씨는 "예전부터 맞지 않는 일에 대해 직접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합의문을 보고 의문과 분노를 느꼈다"며 "친구들과 '국토대장정을 하자' 약속을 했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와 연결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성 씨는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일던 2016년 11월 경남대 시국선언에 참여도 했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소녀상 101개 관리부서와 시민단체에 연락하며 국토대장정을 준비했다. 주성현 씨는 "지역마다 일일이 관리부서나 시민단체에 연락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남 나주였다. 시민단체가 일정만 맞으면 숙식까지 제공하겠다며 굉장히 반겨줬다"며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소녀상이 있음에도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사회적 관심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2018년 8월 기준 전국 소녀상은 111곳에 있다. 중·고교 등에 '작은 소녀상'은 239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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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새해 첫날인 1일 경남도교육청 제2청사 앞 '기억과 소망' 소녀상에서 국토대장정 첫발을 디뎠다. 순례단은 58박 59일 전국 101개 소녀상을 찾아 약 3300㎞ 걸어서 방문할 계획이다. 걷는 것이 원칙이지만 춘천~속초, 강릉~원주, 경남~제주 등 걸어서 이동하기 어려운 구간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계획이다.

창원에서 출발해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경기, 인천, 서울, 강원, 경북, 경남, 제주 등 순으로 각 지역 소녀상에 도착하면 사진 촬영을 하고 직접 만든 팔찌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동 과정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시간 방송이나 영상·사진도 올린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국토대장정 중 느낀 점, 인식 변화, 후기 등도 기록할 예정이다.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해 국토대장정 비용도 모금했다. 목표액은 59일 동안 식비 247만 원, 숙박비 177만 원, 팔찌·현수막 제작 65만 원, 응급약품 8만 원 등 모두 497만 원이었다. 전국 각 지역 소녀상에 도착할 때마다 프로젝트를 알리고, 카카오뱅크 계좌(3333-08-3881176)로 지역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모금액은 78만 2300원이다. 이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대학생이어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모금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시헌 씨는 "애초 1인당 200만 원 정도 사비로 충당할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이어져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인생 최대의 전환점'이다. 성 씨는 "개인적으로는 인생에서 하나의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 씨는 "2015년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종주를 한 적이 있지만, 걸어간다는 것은 큰 도전"이라고 했다. 주 씨는 "아마 3일째부터는 힘들어서 서로 대화를 하지 않을 것 같다(웃음)"며 "친구들과 함께 사회적 문제를 짊어지고 간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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