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삼성 돈 받고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시신 탈취 도왔다
검찰, 당시 양산서 정보과장·정보계장 기소...직권남용·유족 회유 돕고 금품수수 정황 확인

삼성의 노동조합 탄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시신 탈취' 등을 도운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 수사 결과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정보계장 등 2명이 돈을 받고 시신을 빼돌리도록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35세였던 염호석 씨는 지난 2014년 5월 17일 강원도 강릉 한 해안도로 인근에서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경남·부산권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업을 이끌었는데, 노조 탄압에 대한 압박감, 생활고 등을 겪었다.

염 씨는 "더는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우리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이곳에 뿌려주세요"라고 적은 유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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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가 지난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양산센터에서 고 염호석 지회장 노제를 지내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고자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지만, 염 씨 부친이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했다. 노조가 염 씨 부친을 설득하는 사이에 경찰 300여 명이 장례식장에 투입돼 노조원들을 막았고, 그사이 염 씨 시신은 밀양 화장터로 옮겨져 화장됐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염호석 씨 '시신 탈취' 과정에서 삼성 측 편의를 봐주고 1000만 원을 받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허위공문서작성·행사죄, 부정처사후수뢰죄)로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ㄱ 씨, 정보계장 ㄴ 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ㄱ 씨는 염 씨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것을 막으려는 삼성 측을 돕도록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ㄱ 씨가 염 씨 부친이 노동조합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회유하는 데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하 경찰관을 통해 염 씨 부친과 친한 사람을 동원했고, ㄴ 씨가 염 씨 부친을 찾아가 설득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염 씨 부친이 삼성 측으로부터 6억 원을 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ㄱ·ㄴ 씨가 염 씨 부친이 삼성에서 합의금을 받을 수 있게 도운 것으로도 보고 있다. ㄱ 씨는 신속히 시신을 화장하고자 검시 필증을 받으려고 '수사상 필요하며 유족 요청이 있다'는 취지의 허위 공문서도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은 현재 다른 경찰서에 재직 중이고, 정보계장은 지난 6월 정년퇴직했다. 염호석 씨 사건과 관련해 경남 경찰 ㄱ·ㄴ 씨를 포함해 전·현직 경찰 4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나머지 2명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ㄱ·ㄴ 씨 외에 지난 7월 경찰청 본청 한 정보관은 삼성 측에 염 씨 '시신 탈취' 등 도움을 주고 6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염 씨 사건에 경찰이 개입한 데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통보하면, 수사 결과를 보고 징계 시효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팀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 염호석 장례식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수사와 별개로 진상조사팀은 경찰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발생, 의심되는 사안을 조사해서 유사사건 재발방지, 인권증진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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