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소통 물꼬 텄지만 적폐청산·정책 차별화 '아직'
민주당 도정 국비 5조 원 확보
한국당 경제정책 비판 분투
정의·민중당 활로 모색 안간힘
이벤트 중심 '이미지 도정'비판 4월
노동현안 적극 개입 부족도
보선 민심 평가전 2라운드

영원한 보수의 '아성'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경남. 하지만, 지난해 치러진 6·13지방선거는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 '정치독점 시대'에 마침표가 찍혔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약진이라는 평가 속에 민주당은 도의회 58석에서 34석을 차지했고, 264석의 시군의회에서는 104석으로 133석의 자유한국당과 균형을 이뤘냈다. 단체장 선거는 한국당이 우세했지만, 민주당은 경남도를 비롯해 창원, 통영, 김해, 거제, 양산 등 대도시 중심으로 8곳을 석권했다. 민주주의와 변화를 열망한 촛불 혁명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거쳐 문재인 정부 탄생이라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였고, 무상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폐쇄 등 홍준표식 '불통·독불 장군식' 행정에 대한 도민들의 심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 한국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은 지난 지방선거를 보수분열,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 기대감, 북미정상회담 등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변화하는 민심'을 읽고, 민주당의 '약한 고리'를 찾고자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때 도내 제1 야당 역할을 자임해 온 진보 정당도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남 자치단체·의회 안팎 평가 = 민주당은 김경수 도정을 중심으로 소통과 협력, 협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과의 예산협의회 등으로 국비 5조 원 시대를 열기도 했으며, 서부경남KTX 정부 재정사업 추진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해결 등 구체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경제·사회·도정 혁신, 조선업 살리기 등으로 여론의 지지도 등에 업었다. 한국갤럽 지난 9~12월 16개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도 조사에서, 김 지사에 대한 평가는 '잘하고 있다' 49%, '잘못하고 있다' 22%로 나타났다.

단체장이 민주당으로 바뀐 시·군 기초단체는 지역경제 살리기 활동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한편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과 주민예산참여제 시행 등 다양한 소통창구를 마련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경남도의회, 김해시, 양산시, 거제시의회에서 의장을 배출하는 등 '상전벽해'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무상급식 원상회복, 교복지원조례 제정 등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도의회 초선 비율이 80%가 넘는 등 의원 면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초선 의원에 대한 교육과 연수 등 역량 강화로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민홍철 경남도당위원장 일행이 1일 오후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댄 도정? =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야당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김경수 도정 등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강조하는 '이미지 도정'에 기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정책을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자, 서민, 기업인 등과의 공감대 형성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짚는다.

정의당 도당은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과 '드루킹 특검' 등 도정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더라도 김경수식 경남도정의 비전과 전략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며 "도민들이 이전 경남도정과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민중당은 정치지형의 변화로 시민사회와 협치를 이뤄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 홍준표 지사 시절 잘못된 도정을 바로잡아나가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민중당 도당은 "경남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것은 당사자인 노동자, 서민, 기업인, 도민과 함께 공감대를 이뤄야 성공 가능한 일임에도 편향된 정책수립의 과정을 밟고 있어 비판받을 여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서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소득주도성장, 나아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비판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물론 경남 경제가 위기에 빠졌고, 도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혹평했다.

◇'민심 가늠자' 4·3 보궐선거 = 달라진 경남의 정치지형에 대한 민심의 성적표는 4월 3일 치러지는 창원 성산, 통영·고성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될 전망이다. 6·13 지방선거 이후 10개월 만에, 2020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치르는 선거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민심의 흐름을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변수는 △보수진영의 단일대오 형성 여부 △보궐선거 성격상 낮은 투표율 예상 △진보진영 단일화 여부 △경기 호전 여부 등 네 가지로 추려진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를 '30년 한국당 독점권력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경남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되는 계기로 보고 있다. 2016년 20대 총선 약진, 2017년 19대 조기대선의 경합, 2018년 6·13 지방선거 박빙 승리에 이은 경남 권력교체를 위한 '최종 평가전'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가 21대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 열리는 점에서 경남 민심을 가늠할 중요한 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당은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직능·여성·청년·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내부 조직정비와 이를 통한 당세확장, 보수진영 통합,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진보정당도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바람'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벽에 고전했었다. 노동과 통일 등 유리한 의제와 이슈를 민주당이 대거 흡수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새로운 대안과 정책을 통한 지지층 확보를 하지 못했다.

정의당은 노회찬 의원 사망으로 치러지는 창원 성산 보궐선거가 민주당과 한국당 등 기득권 양당에 의미 없는 '1석 보태기'가 아닌 '노회찬 정신'을 다시 활짝 꽃피우는 선거로, 민중당은 '보다 대중친화적인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고자 활로를 모색 중이다.

하지만, 두 진보정당 처지에서 단일화는 선거 승리를 위한 첫 관문이다. 3자 대결 등 다자대결로 가면 보수진영이 분열하지 않는 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과거처럼 권영길·노회찬 등 진보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부재한 상황도 단일화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정의당은 성산구 주민 뜻이 반영되는 여론조사를, 민중당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방식을 제안한 상황이다.

이 밖에 경남의 정치 양상을 바꿀 주요 변수로는, 연동형 비례제 도입 여부다. 지금처럼 국회 전체 의석 300석을 지역구 253석, 비례(47석)로 뽑지 않고, 정당지지율로 선출하는 선거제도다. 그만큼 새로운 세력, 새로운 인물이 더 쉽게 국회로 들어가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 맞는다면, '일당독식 정치구조'를 시민들이 깨뜨렸듯이 지금과 같은 '승자독식 정치구조'도 우리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광장의 촛불'만으로는 2% 부족하다. 새해 국민들이 선거제 개선을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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