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결심서 징역 5년 구형
드루킹 측 진술 곳곳 허점
이달 1심 선고에 관심 집중

결정적 유죄 근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죄가 확실히 입증된 것도 아니다.

오는 25일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는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관련 특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양측의 지금까지 법정 공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특검은 지난달 28일 결심 공판에서 업무방해죄(여론조작 공모)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물어 김 지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특검-김 지사 어느 쪽도 유·무죄를 단언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이야기다.

총 9차례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특검은 두 가지 사실관계 입증에 주력했다. 2016년 11월 경기도 파주 드루킹 김동원 씨 측 사무실에서 김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킹크랩(댓글조작 프로그램) 시연회'가 있었고 또 이후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일본 총영사직을 언급한 것은 '대가성'이 명확하다는 게 그것이다.

반면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사무실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시연회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댓글조작 자체를 몰랐고 일본 총영사직도 현 문재인 정부 시스템 하의 통상적인 '인사 추천'일 뿐 지방선거 지원 등 대가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맞섰다.

문제의 킹크랩 시연회와 관련해 특검이 내세운 주요 증인은 드루킹을 비롯한 '서유기' 박모 씨, '둘리' 우모 씨 세 명이다. 이들은 당시 그 현장에 직접 있었거나 구체적 정황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인사들이다.

킹크랩 개발·운영자로 알려진 둘리 우 씨는 지난 11월 16일 2차 공판에서 "김동원이 시연회에서 킹크랩 개발 진행에 대해 허락을 구했고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인 걸 기억한다"며 "김 지사가 파주 사무실을 다녀간 뒤 킹크랩을 본격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술에 허점도 적지 않았다. 수사 초기엔 '시연을 마친 뒤 휴대전화를 들고 나갔다'고 했다가 이후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다'고 말을 바꾼 게 대표적이다. 킹크랩 구동에 대한 별도 설명도 없이 김 지사에게 개발 승낙을 구하고 동의를 얻었다고 하는 대목도 뭔가 구멍이 커 보인다.

자금조달 등을 담당한 서유기 박 씨는 직접 현장을 봤다기보다는 대부분 드루킹 진술에 의존한 증언을 했다. 김 지사 변호인은 이에 "박 씨는 많은 경우 드루킹 의중을 '전언(傳言)'으로 진술한다. 또 킹크랩 시연회 당시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재판에서 지적하기도 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결국 이들 증언의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달렸다. 선거법 위반 건도 쉽게 결론날 것 같지 않다. 드루킹 측은 물론이고 김 지사와 가까운 인사들의 관련 증언을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가 최대 관심이다.

지난 11월 23일 3차 공판에서 특검이 공개한 조서 등에 따르면, 김 지사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한모 씨는 '김 지사 지시를 받고 드루킹에게 전화해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대신 제안했냐'는 질문에 "김 지사가 지시해서 제가 말을 전달한 것 같다"며 "김 지사가 이들 요구를 뿌리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19대 대선 때부터 드루킹 일당이 역할을 한 게 있다"고 했다.

이는 애초 공직 제안은 없었다고 한 김 지사 해명의 일관성을 흔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특검이 주장하는 모종의 '대가성'을 의심케 하는 증언일 수 있다.

김 지사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은 2017년 대선은 선거법상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검은 그래서 일본 총영사직 제안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지원과도 관련 있다고 기소했는데 이 부분은 김 지사 측에 반박 여지가 많다.

김 지사는 지난달 28일 최후진술에서 "저는 마지막까지 경남지사 출마를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사람"이라며 "만일 지방선거에 조금이라도 (드루킹 측) 도움을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그리고 출마할 생각을 가지고 그들에게 뭔가를 요구할 생각이 있었다면 그들의 요청을 당연히 들어주지 않았겠나. 특검 주장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밝혔다.

한편, 김 지사는 지난 31일, 정기인사 임용장 수여식에서 "개인적인 일로 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고 도정에는 한치의 차질도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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