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랑 닮은 '저마다 빛나는'이 책, 지금 읽으면 딱 좋아요
다니카와 작 , 동화 같은 글…어른·아이 함께
하이타니 작 , 어린이를 마주할 때는 이렇게
김달님 작 , 지역작가 다정한 느낌의 작품

올해 새로 문을 연 독립서점 몇 곳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은 자주 들러 일도 하고 책도 읽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곳은 취재 후에 한 번도 찾아보지 못해서 좀 미안하기도 했죠.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얼른 찾아가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도 듣고, 책도 한 권씩 추천해 달라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다들 잘 자리를 잡았더군요.

 

◇창원 오누이 북앤샵 =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경남관광고와 봉림고가 나란히 붙은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오누이 북앤샵'. 올해 2월에 문을 연 곳입니다.

아주 작은 문방구가 있었을 법한 낡은 건물 안 열 평 남짓한 공간에 꾸민 작고 예쁜 책방입니다. 하고 싶은 거 하려고 직장을 그만둔 장참미(30) 씨와 화가인 장건율(28) 씨 남매가 운영하고 있죠. 그래서 이름이 오누이(남매)랍니다.

처음 갔을 때 너무 외진 곳이라서 걱정이 됐는데, 웬걸, SNS를 보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찾아오더군요. 재밌겠다 싶은 책이 많아요. 누나와 동생이 선별하는 책이 서로 다른 것도 좋고요.

모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미 씨를 중심으로 하는 독서모임, 건율 씨를 중심으로 하는 드로잉 수업이 거의 고정적이고요.

▲ 창원 오누이북앤샵을 운영하는 장참미(오른쪽) 씨와 동생 건율 씨, 그리고 이들이 추천한 책 <나의 두 사람>. /이서후 기자

 

이들 남매가 올해를 뒤돌아보고 추천하는 책은 <나의 두 사람>(어떤책, 김달님, 2018년 4월)입니다. 창원에 사는 김달님 작가가 쓴 겁니다. 이 책은 올 한 해 인기가 좀 있었습니다. 은유 등 인기 작가들이 추천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만큼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입니다. 오누이에서도 손님들이 책 추천해 달라 하면 이 책을 추천했다네요.

"작가가 창원에 계시는 분이라 우리 같은 지역 독립 서점에서 가져다 둬야 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우리 둘 다 읽고 감동 받은 책이기도 해요. 또 김달님 작가가 여기서 글쓰기 클래스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희가 추천해서 사 가신 분 중에 자기랑 안 맞는 거 같다는 분은 한 분도 없고 다들 감명 깊었다, 두 번 세 번 읽었다고 하세요. 일단은 글이 매우 좋아요. 뭔가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이에요. 오누이 책방에 오시는 분들도 여기서 그런 느낌을 받아 가면 좋겠어요."

 

◇통영 삐삐책방 = 통영 충렬사 앞에서 서피랑 99계단 입구방향으로 난 도롯가에 있는 '삐삐책방'. 올해 7월 생긴 곳인데요. 사실 이곳은 가봐야지 하다가 이달에 처음 갔어요. 와, 좋더라고요.

부산에서 온 박정하(27) 씨가 통영에서 두 번째로 연 책방이래요. 처음에는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라고 서피랑 근처 한옥스테이 안에서 있었어요. 여기는 여러 사람이 함께한 거고요. 새로 연 삐삐책방에서는 오롯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어서 좋답니다.

정하 씨가 좋아하는 건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을 한 적도 있고, 또 앞으로 그림책 작가를 하고 싶기도 하고요.

책방에서 내다보는 풍경이 아늑하네요. 아이들도 지나가고, 어르신들도 지나가고, 가끔 지나가는 아이들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가기도 하고요.

이곳에서도 이런저런 책 관련 행사가 제법 열리고 있어요. 개중에 시 창작 워크숍은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요. 앞으로 그림책 읽기 모임도 생각 중이랍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애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것도 하고 싶다네요.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잘될 것 같은데요.

▲ 통영 삐삐책방을 운영하는 박정하 씨와 그가 추천한 <상냥한 수업>. /이서후 기자

 

정하 씨가 올해를 되돌아보며 추천한 책은 <상냥한 수업>(하이타니 겐지로, 햇살과 나무꾼, 2018년 9월)입니다.

"제가 이 작가를 아주 좋아하는데 올해 신간이 나왔다 해서 바로 찾아봤죠. 제가 올해 초등학교 수업을 몇 번 나갔거든요. 저도 옛날에 선생님을 하고 싶기도 했는데, 아이들이랑 직접 만나니까 조금 어렵기도 했어요. 그 뒤에 이 책을 보게 됐는데, 아이들이랑 만날 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근처 학교 선생님들께 막 추천해 드리려고요. 이미 한 분한테 추천했는데, 사가셨어요."

◇김해 달빛책방 = 올해 3월 김해시 불암동에 문을 연 '달빛책방'. 주변이 김해에서 제법 유명한 장어구이 골목인데요. 처음 가면 여기에 이런 곳이 있나 싶으실 겁니다. 박선아(33) 씨와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입니다.

선아 씨가 원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컨설팅을 했거든요. 그런데 가족을 대상으로도 컨설팅을 했나 봐요. 동생은 바리스타, 엄마는 꽃차 이런 식으로 온 가족이 하고 싶은 일을 만들고 그걸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게 달빛책방입니다.

선아 씨는 여기서 경력 단절 아이 엄마를 위한 진로 컨설팅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달빛책방은 서점이기도 하고 카페이기도 하고 상담소이기도 하고 모임 장소이기도 하고 아이들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지금 달빛책방에서는 거의 매일 서로 다른 모임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선아 씨에게 컨설팅을 받은 엄마들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모임도 만들어서 열심히들 하고 있거든요. 모임도 글쓰기, 독서, 드로잉, 영상, 그림책 다양합니다.

선아 씨한테 책을 추천해 달라니 마침 책방에 있던 캥거루 그림책 모임 대표 최미영(39·김해시) 씨를 데려오네요. 자신이 추천할 것은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아이 엄마들이라면서요.

▲ 김해 달빛책방을 운영하는 박선아(왼쪽) 씨와 캥거루 그림책 모임 대표 최미영 씨. 이들이 추천한 그림책 제목은 <구덩이>다. /이서후 기자

 

최 씨는 저한테 <구덩이>(다니카와 순타로, 북뱅크, 2017년 9월)란 그림책을 추천하며 그 자리에서 직접 읽어주더군요.

일본 작가의 책인데 1976년에 초판이 나와서 일본에서도 아직 많이 읽히는 책이라고 합니다. 읽는 데 한 5분 걸렸는데 가만히 보니 이게 어른을 위한 동화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각자 삶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 생각이 많아지겠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선아 씨 이야기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가는 게 신기해요.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 드릴게요."

독자 여러분도 이렇게 내년 한 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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