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전 7개 아파트단지
원주민 사진·물건 등 전시

창원 의창구 대원2재건축구역에 '마을흔적관'이 생겼다. 마을흔적관에는 재건축하기 전 7개 아파트단지에 살던 주민들 추억이 담겼다.

창원시가 2016년부터 추진한 마을흔적보전사업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지는 옛 마을의 흔적을 보전해 추억과 역사, 공동체 문화를 잇는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사라지는 문화적 가치를 지키자는 것이다.

창원대원꿈에그린 아파트 '마을흔적관'이 문을 열었다. 마을흔적관에서 마을 역사, 7개 아파트단지 역사, 자연과 삶의 흔적, 동양상가 추억을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재건축 시행 전 이곳에 살던 주민을 인터뷰한 '사람들 이야기'도 있다.

▲ 재건축 전 아파트단지에 살던 주민들의 기억을 모은 창원대원꿈에그린아파트 마을흔적관 내부. /김희곤 기자

<대원2구역 '마을흔적 보전사업' 백서>에는 대원동 원주민의 인터뷰가 담겼다. 대원2구역에는 1981년 동양아파트를 시작으로 쌍용아파트, 현대가나아파트, 셰플러코리아아파트, 대원맨션, 새경남아파트, 경남아파트 등 7개 공동주택이 지어졌다. 모두 1570가구가 살았었다.

동양아파트에 살았던 김영길(68) 씨에게 이곳은 '정 붙이며 산 곳'이다. 김 씨는 2014년 인터뷰에서 "1988년쯤 동양아파트로 온 것 같다. 그때는 창원천이 지금처럼 넓지 않고 작았는데, 일요일에는 도랑에서 붕어나 미꾸라지를 잡아다 먹고 그랬다. 군대 전역하고 1~2년 있다가 바로 왔으니까 37년 정도 살았고, 학교 동기 말고는 친구 등 유대관계는 여기서 다 형성됐으니 여기가 고향인 셈이다. 손자도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가나아파트에 살았던 이수형(72) 씨는 "1979년 울산에서 창원으로 왔고, 여기서 떠나본 적이 없다. 그때는 같은 직장에 있는 사람들만 모여 있었고, 아파트 내에 차량이 적으니 공간이 넓어서 1년에 한두 번씩 체육대회도 하고 종종 족구도 하고 참 잘 지냈었다"고 했다.

재건축사업 전 원주민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도 전시돼 있다. 김소연 씨 사진에는 5살 때부터 살던 어린이가 어엿한 20살 청년이 된 15년 전 사진과 겹쳐 찍은 모습이 담겼다. 박영희 씨의 '첫눈이 왔어요' 사진에는 2000년 대원동으로 이사 온 첫해에 창원에서는 보기 어려운 함박눈이 내리자 구경을 나갔고, 활짝 웃는 아이와 아버지의 모습이 담겼다. 또 이동복 씨의 '첫 걸음마' 사진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의 첫 걸음이, 하누리 씨의 '대원동 삼총사'에는 어린이 3명이 정답게 어깨동무를 한 모습이, '노래자랑' 사진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동네 행사가 찍혀 있다.

▲ 하누리 씨의 '대원동 삼총사' 사진. /대원2마을흔적보전사업 백서

한때 식당·주점·미용실·약국·세탁소 등 200개가 훌쩍 넘었던 동양상가의 오래된 간판과 사진도 볼 수 있다. 철거와 함께 주민이 이사 가면서 남긴 오래된 물건도 전시돼 있다.

대원동 마을흔적관은 신삼호 도시문화콘텐츠연구소 건축사가 기획해 영상·사진·흔적 수집·콘텐츠 연구 등 여러 개인·업체와 함께 2015년 4월부터 추진했다. 신 건축사는 "지역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대원2구역 주민의 이야기와 공간에 대한 역사, 흔적 등을 모두 모았다"며 "재건축아파트에 기존 주민 30% 정도가 입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에게는 추억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라 2016년 3월부터 재개발·재건축구역에 마을흔적보전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역은 총사업비의 0.2%를 들여 마을 흔적을 보존해야 한다. 마을흔적보전사업은 지난해 용지아이파크, 올해 6월 창원남산효성해링턴플레이스 등 2곳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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