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 간 고3 익사사고
도교육청 보고체계 강화했지만
이번에도 출국 사실조차 몰라

친구들과 베트남에 여행을 간 경남지역 한 고3 학생이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1월 겨울방학 중 산청 중·고교 여학생 8명이 보호자나 인솔자 없이 캄보디아로 국외 체험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건과 닮았다.

경남도교육청은 캄보디아 사건 이후 방학 중 '학생 국외여행(체험) 신고서'를 작성·제출하도록 하는 등 보고 체계를 정비했지만 이번에도 학교와 교육청은 사고 학생의 베트남 출국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 ㄱ 군은 지난 27일 오후 2시께 베트남 호이안 랑방해안에서 수영 도중 실종돼 민간인에 의해 구조됐다. ㄱ 군은 10여 분 응급조치를 받고 호이안 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오후 3시 50분께 숨졌다.

ㄱ 군은 지난 21일 방학식 후 23일 1년 전 조기 졸업해 대학에 다니는 친구 2명과 함께 베트남 여행을 떠났다. 27일 저녁에 함께 간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ㄱ 군 학교 친구가 부모에게 사고를 알렸고, 부모는 28일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부모로부터 소식을 들은 학교와 도교육청은 사고 경위와 현지 상황 파악, 안전총괄담당관과 학생생활과 등 관련 부서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도교육청은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 교감을 급파하고, 경남도 베트남 호치민사무소와 협조 체계를 꾸려 유가족이 30일 유해를 수습해 입국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1월 캄보디아 사고 이후 도내 모든 학교에 '방학 중 학생 국외여행 시 유의사항' 공문을 보냈다. 안전사고 우려로 보호자 없는 학생들의 국외 여행은 될 수 있으면 지양하고, 학생이 사전에 국외여행의 목적·행선지·동행자·귀국일·연락처 등을 학교에 '반드시' 알릴 것을 당부한 내용이다.

이와 함께 '학생 국외여행(체험) 신고서'를 마련해 누리집에 올려놓고 학교에 활용을 권고했다. 신고서는 여행 기간·장소·목적·동행자 명단과 연락처·비상연락처·인솔책임자·여행 유형(어학연수, 친지 방문, 봉사활동 등)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돼 있다.

하지만, 신고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이번에도 학교와 도교육청은 ㄱ 군의 출국 사실을 사고 이후에야 알았다. 학기 중에는 출결상황관리 규정에 따라 '현장체험계획서'를 통해 국외 여행(체험) 정보를 확인·심사 후 승인하지만, 방학기간은 출석·결석과 상관이 없어 '여행 시 사전에 학교 허가'를 현실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국외 여행이 급증하면서 교육기관이 방학 기간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어디로 국외 여행을 떠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국외여행(체험) 신고서를 안내한 이후 지난 여름방학 상당수 접수됐다. 하지만, 고3은 겨울방학이 되면 학교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느껴 더욱 신고해야 한다고 의식하지 않는다.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나름 강제성을 띠지만 지켜지지 않을 때 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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