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했지만 하한형 무산
도급금지 대상범위 좁아 한계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자 일명 '김용균법'이 만들어졌다.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면 개정에 대해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크다.

국회는 지난 27일 산안법 전면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 사고자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자 지난 2월 전면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1월 1일 국회에 상정됐으나 단 한 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다가,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일하다 숨지는 사고가 나자 논의를 시작했다. 이마저도 여야 간 처벌강화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었고,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겨우 통과됐다.

◇사망사고 처벌 수위 '아쉬움' = 바뀐 산안법 핵심은 '처벌 강화'다. 그러나 애초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것보다는 약한 수준이다. 특히 사망사고 처벌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기존 산안법은 노동자 사망사고가 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입법예고 당시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나치게 낮은 형이 선고되는 경향이 있다며 '1년 이상 징역'으로 설정했다. 2007∼2016년 노동자 사망사고 유기징역 비율은 510건 중 0.5%(29건)에 그쳤고, 평균 벌금액은 432만 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무회의를 거치면서 사망사고 처벌은 '10년 이하 징역'으로 수정됐고, 국회에서는 최종 '7년 이하 징역'으로 통과됐다. 다만, 사망사고 발생 후 5년 이내 2번 이상 반복하면 2분의 1 범위에서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1년 이상 징역' 하한형 도입을 줄곧 요구해왔던 노동계는 아쉬워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가중처벌은 도입됐으나 징역형 하한은 도입되지 않아 실효성 확보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정부 제출안보다 후퇴한 것에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산업재해 발생 시 처벌은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애초 정부가 내놓은 안(5년 이하 징역·50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낮춰진 것이다. 또 정부는 애초 노동자가 산업재해 발생 위험 시 작업을 중지했을 때 사업주가 해고 등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하고자 했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빠졌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한계' =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자 도급 제한 규정이 만들어졌다. 또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산안법에는 직업병 발생 위험이 큰 도금·수은·납·카드뮴 등을 사용하는 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하도록 했다. 다만, 전문 기술이 필요하거나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사망사고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이 약 40%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사업장의 도급인(하청) 책임을 강화했다.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기존 일부 위험한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위험한 장소로 확대했다.

노동계는 '도급 금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지대상 범위가 좁아 당장 '제2 김용균'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특정작업에 대해 외주화를 금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2016년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태안발전소 김용균과 같은 죽음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며 "노동현장에서 유해 위험이 있는 작업의 도급을 전면 금지해야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 보호대상 범위를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대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와 배달 종사자도 포함됐다. 또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사업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해 고용부에 제출하고, 명칭이나 함유량 등을 영업비밀로 보장받으려면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에서 노동자 알권리를 강화한 것이다.

개정 산안법은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이는 산재 예방 시스템이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가동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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