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보내는 대우조선·삼성중
올해 수주 목표치 70~90% 달성
내년 하반기 본격 회복세 전망

한 노동자가 야외 작업장 블록 아래에 섰다. 두꺼운 작업복과 보호 장구로 온몸을 감쌌다. 겉으로 보이는 건 까만 눈동자뿐이다. 이내 그라인더(연삭기) 소리가 찬 공기를 가른다. 재빨리 도는 숫돌이 철판에 닿자 주황색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쇠 갈리는 파열음이 고막을 때린다. 철판을 용접으로 이어붙인 자리를 매끈하게 다듬는 작업이다. 독(dock)에선 황금빛 프로펠러를 단 선박이 오대양을 누빌 채비를 마치고 위용을 뽐낸다. 진수(進水) 준비도 한창이다. 조선소 세밑 풍경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지난 27일 찾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는 올해 들어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긴 불황의 터널 끝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앞둔 현장 목소리는 밝았다. 장원(40·선박의장2부) 씨는 "최근 몇 년 동안 불황을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고, 언제 예전처럼 좋아지나 하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수주가 잇따르며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 2018년 대한민국 조선업이 다시 일어서며 대항해를 시작했다. 그 역경의 시간 동안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물이다. 이제 곧 바다로 들어갈 거대한 프로펠러처럼 2018년이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제법 준수한 수주 성적을 거뒀다. LNG운반선 18척, 초대형원유운반선 16척, 초대형컨테이너선 7척, 특수선 사업(장비 교체 포함) 6척 등 총 47척을 수주했다. 금액으로는 약 68억 1000만 달러 상당으로 올해 목표액(73억 달러)의 93%에 해당한다. 수주가 잇따르자 애초 계획한 인력 감축도 재검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3년간 저조한 수주 실적과 비교하면 청신호다. 앞서 수주액은 2015년 45억 1000만 달러(목표치 29%), 2016년 15억 5000만 달러(목표치 14%), 2017년 30억 달러(목표치 67%)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8척 61억 달러어치를 수주해 목표치(82억 달러)의 74%를 달성했다. 수주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금액만 놓고 보면 대우조선해양 수주액에 버금간다. 최근 3년간 수주 실적은 2015년 53억 달러, 2016년 5억 달러, 2017년 69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주력 선종인 LNG, 대형 컨테이너선, 해양 설비 위주 시황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환경 규제에 대비한 친환경 기술과 LNG 연료 선박, LNG 벙커링,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등 제품 차별화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해 일감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 몇 해간 '수주 절벽'으로 눈물겨운 시기를 보냈다. 구조조정 칼바람도 매섭게 불어 수많은 이가 일터를 떠나야만 했다. 지역 경제는 바닥을 치며 우울증에 빠졌다. 이젠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부 발표를 보면 조선업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2015년 말(18만 7600명) 최고치를 찍은 후 32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올해 9월(10만 5400명)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올해 수주 물량이 생산에 투입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생산량 증가에 따라 내년 말 고용은 2017년 말(11만 3700명)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을 내년 6월 말까지 반년 더 연장했다. 조선업 고용 현황이 현재 저점을 갓 지난 상황이라 본격적인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연착륙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코엑스에서 열린 조선업계 상생 협약식에서 "조선 산업이 현재의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지속 회복 중인 시황의 물결을 타고 빠르게 정상 궤도로 복귀해 세계 1위의 위상을 회복하기를 바란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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