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이야기 속 숨은 인종차별 흑역사
1960년대 미국 하층민 삶 소재
액자소설 형태 추리·성장 만화

총 2권으로 이뤄진 <몬스터홀릭-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몬스터>는 아름답게 그늘진 그림 이야기다.

작가 에밀 페리스는 책을 완성하고자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작업을 했다. 책을 모두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6년. 이야기를 그리는 도중 작가는 여러 차례 시련을 겪었다. 마치 소설 같은 이야기다.

먼저, 서나일 모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오른팔이 어깨부터 마비됐다. 만성 통증에도 화필을 테이프로 손에 묶어 작업을 이어갔다. 긴 시간 작업한 책의 영어판 초판을 한국에서 인쇄했다. 미국으로 운송하던 도중 운송회사 한진해운이 부도가 나, 책이 실린 컨테이너가 파나마에 묶였다.

책 출시는 무기한 연기됐다. 모든 판촉 일정이 취소됐다. 이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가 있을까. 그럼에도 어렵게 독자에게 닿은 그림 이야기는 명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야기와 그림의 얼개는 주인공 캐런이 중심이다. 윗집 아줌마 앙카 실버버그가 죽자, 캐런은 진상을 풀어간다. 괴물이라는 기괴한 소재가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다분히 현실적이다.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 놓인 아이의 상상이자 경험이면서, 그 배경인 1960년대 미국 시카고 이미지가 고스란히 그려져서다. 전개 과정에서 앙카가 나치 독일 홀로코스트(정책적 학살) 생존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액자 소설 형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홀로코스트를 다뤄 1992년 퓰리처상을 받은 아트 슈피겔만 그림 이야기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분위기나 소재뿐만 아니라 '만화' '그래픽 노블'이라는 틀로 단순히 정의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두 책은 비슷하다.

장르적 정의도 다원적이다. 캐런에 초점을 맞추면 성장 소설, 앙카의 죽음을 풀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면 추리 소설이 된다.

다시 캐런의 가족에 초점을 맞추면 가족 연대기다. 가족사에서 시선을 배경으로 돌리면 근·현대사가 눈에 드는데, 이때는 또 역사 소설로 읽힌다. 다원적인 접근이 어렵지 않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그림 이야기여서다. 그림과 글자가 얽혀있는 한 장, 한 장은 시각의 직관성을 증폭시킨다.

작가는 줄이 그어진 스케치 노트에 색 볼펜만으로 그림을 그렸다. 일부분 마커 펜을 써 색을 강조한 까닭에 시각적 유혹이 대단하다. 어느 장을 펼쳐도 작가의 섬세하고 기술적인 관여가 고스란히 두드러진다.

▲ 스케치 노트에 색 볼펜만으로 그린 그림 이야기 책 <몬스터홀릭> 일부. /사일런스북

<펀 홈> 저자 앨리슨 벡델은 이 책을 두고 "에밀 페리스의 눈부시고 매혹적인 걸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누구도 쉽게 빠져나갈 수 없다. 여주인공이 풀어가는 바로크적 미스터리가 끊임없이 당신을 잡아끌며 눈앞의 이미지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의미에서 이 책 자체가 하나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내년 3·4권 출간, 영화화 예정.

사일런스북 펴냄, 각 188쪽, 1만 8000원(1권)·1만 7000원(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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