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소리에 일어나 음악을 들으며 샤워한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여기저기 화면을 뒤적인다.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며 뉴스를 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훑는다. 회의를 하다가 밖에 있는 동료에게 톡으로 결정 사항을 전달한다. 검색한 식당에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린다. 커피 한 잔 해야지, 오늘은 포인트를 쓸까 제로페이로 결제할까. 운전해서 출장 갈 땐 길 안내지도를 띄운다. 사진과 동영상 찍어서 현장보고 메일을 보낸다. 주말엔 뭘 할까. 영화표를 예매하고, 여행지 숙박 예약·송금도 끝. 추우니 퇴근하면서 미리 집에 보일러도 켜놓는다. 주문한 과일이 도착했네. 게임 한판, 동영상 강의, 전자책을 보다 잠든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일상이다. 과장된 하루일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더 잘, 많이 이용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가전, 스마트병원, 스마트공장, 스마트도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술을 영유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를 사용하며 일과 삶을 만들어가는 인류를 '호모스마트쿠스'라 부를 만하다.

스마트폰.jpg

인간이 만든 도구 중에서는 최고로 진화된 스마트폰은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업무환경, 시장, 생산과 소비, 생활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하고 살아가는 환경을 확 바꿔버린 이 현상을 스마트 혁명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편리한 세상에서 우리 삶은 오히려 불편해진 건 아닐까. 더 피곤해진 건 아닐까. 지난달 서울 KT 통신구 화재 때 호모스마트쿠스는 무기력했다. 통화불통, 결제불통, 인터넷 불통 등 대란이 벌어졌다. 이뿐인가. 갈수록 '똑똑'하게 일하라고 다그친다. 공감시대에 맞춰 끊임없는 소통, 혁신을 요구받는다. 더 큰 효율성과 성과를 바란다.

그래서 더 바쁘게 빠르게 살게 한다. 삶의 질을 높이고 성장하게 한다는 스마트시대, 더 여유를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