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지구 환경과 생태 위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부터 실천

반짝이는 색 전구가 번화가를 물들이고 올해를 보내기 전에 만나고픈 사람들이 자꾸 떠오르는 12월이다. 우리는 여느 해와 같이 12월에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는 이미 한 해를 넘긴 지 오래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이야기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가 매년 발표하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인류가 자원을 사용하고 폐기하는 양이 지구의 생산 및 폐기물 흡수 능력을 초과하는 날이다.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에 따르면 8월 1일부로 지구에게는 2018년이 지난해가 되었다. 특히나 한국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4월 16일로, 봄도 다 지나지 않았던 때에 한 해가 끝나버렸다. 그러니 4월 17일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미래 세대의 자원을 가져다 써온 셈이다.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외에도 '생태발자국'이라는 자료를 발표한다.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발자국'은 인간이 사는 동안 자연에 남긴 영향을 말한다. 2016년 발표된 한국인 1인당 생태발자국 지수를 지구의 개수로 환산했을 때, 지구상 모든 인류가 한국인처럼 살아간다면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각한 환경오염 실태를 마주하며 인류가 느끼는 충격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년 생태용량 초과의 날은 앞당겨지고만 있다.

매년 한 단계씩 심각해져 들려오는 환경파괴 소식은 인류에게 늘 위기감과 자조를 가져다주지만, 올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다양한 움직임은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올해 8월, 정부가 비닐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한 뒤부터 일회용품 사용에 관해 실제적인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 카페에서 일회용 컵이 아닌 머그잔에 음료를 받아 마시고, 대형마트에서 재사용 가능한 가방을 구매해 사용하며 사람들은 수동적으로나마 환경보호에 동참하게 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환경보호단체들과 파급력 있는 유명인들이 나서 관심을 촉구했고, 대중들이 실천으로 응답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의 직장 동료 대부분이 일상에서 일회용품을 하나라도 줄여보려고 노력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행동 양식이 되어가고 있다.

개인뿐만 아니라 연대의 힘도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SNS에서는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라는 캠페인이 화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텀블러 사진을 올리고, 지인들의 참여를 유도하면 환경보호단체로 1000원이 기부되는 형태다. 기업들도 반응했다. 규제의 핵심 대상이 되었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나서 환경보호 마케팅을 펼쳤다. 텀블러 사용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고,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컵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프로모션 등을 진행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가족들과 함께 치킨, 피자를 주문해 먹었다. 세어보니 일회용품만 총 13개가 나왔다. 오늘은 길을 걷다 목이 말라 생수 한 병을 샀더니 또 손에 플라스틱병이 남았다. 당장에 일회용품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다만 꼭 필요하지 않다면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무엇보다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올바르게 분류해 배출하는 노력은 이제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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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찍은 발자국은 지울 수 없지만, 내년부터 우리가 딛고 나설 지구에서는 인류와 지구의 연말이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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