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고 위험 노출된 비정규직
위험 외주화 막는 법 제정 절실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 씨가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다.

산업 현장의 위험한 일은 하청업체를 사용해 외주화한다. 하청 단가는 낮으므로 하청업체는 최대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왔다.

고 김용균 씨도 작업의 위험성 때문에 2인 1조로 일해야 하나 홀로 야간근무를 해왔다. 원청과의 재계약 눈치 때문에 안전설비 보강도 요구할 수 없고 1년 단위 계약직 노동자들이라 숙련을 쌓기도 어렵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빈번한 산재 사고는 통계에도 드러난다.

공공운수노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5개 발전사 산재사망자 40명 중 하청노동자는 37명(92%)이었다.

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은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3명 이상 숨진 산재사고 중 109명이 죽었는데 이 중 93명이 하청업체 소속이라고 밝혔다.

거제 조선소에서 산재사고로 죽은 노동자의 대다수도 하청노동자였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외주화하고 사고가 나도 원청 사업주는 책임지지 않으며 처벌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고 김용균 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하지만 그는 카카오톡을 통해 원청으로부터 직접 업무지시를 받았다. 현행 파견법에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하면 '불법파견'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용균 씨의 직무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해당하며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원청이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직무라고 한다.

하지만 공기업 발전 5사는 이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겼고 원청이 직접 지시를 하는 파견법을 위반한 정황까지 드러난 셈이다. 얼마 전 농성을 한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문제와 똑같은 경우이다. 그러나 지금도 그들은 비정규직이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하청업체 노동자(당시 19살)가 사고로 숨진 뒤 사업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2년 7개월 동안 논의가 진척되지 못했다.

2017년 5월 거제 삼성중공업 산재사고로 6명이 죽어도 국회에서는 잠깐 시늉만 했다가 관심도 금세 식었다.

법안 도입을 반대하는 재계와 그들의 이익을 지키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철벽처럼 막았다. 얼마나 더 죽어야 법을 개정할 수 있는가?

정부와 국회는 위험업무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재사망 발생 시 사업주를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해 엄벌하는 법 개정을 결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불법파견 근절과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과 전환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런 참담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통령과 정부, 집권 여당은 똑바로 정신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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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공약으로 약속했다. 고상한 말은 이제 더는 필요 없다. 행동으로 힘없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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