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의제 집어삼킨 '드루킹' 그림자
'민주당원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 김 지사 법정에·노회찬 별세
한국당 연일 맹공…경남 지지율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점차 회복

2018년 국회를 중심으로 한 경남 정치권은 이 단어 또는 사람을 빼놓고 절대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드루킹'이 그것이다.

더불어민주당원 김동원 씨(필명 드루킹)가 주도한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과 이에 대한 특검 수사가 경남 정치권에 몰고 온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과거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고뇌하다 목숨까지 끊었고,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당시 의원은 의원직 사퇴와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판까지 주저해야 했다. 지방선거 전후 경찰과 특검에 총 세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던 김 지사는 오는 28일 9차 공판과 내달로 예상되는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2018년 한 해는 물론, 2019년까지도 한동안 드루킹의 그림자는 끈질기게 경남을 괴롭히는 셈이다.

▲ 지난 8월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팀이 도지사 관사를 압수수색 하는 장면. /경남도민일보 DB

드루킹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져 기소 위기에 놓인 송인배(전 민주당 양산지역위원장) 청와대 정무비서관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렇다.

대선 패배와 계파 갈등, 지지율 정체로 지리멸렬하던 자유한국당이 이런 호기를 놓칠 리 없었다. 그 중심에도 경남 의원들이 있었다. 한국당 수석대변인인 윤영석(양산 갑) 의원은 논평 등을 통해 "드루킹과 김경수 지사의 견고했던 거짓말의 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송인배 비서관 혐의 역시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진주 갑) 의원도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김 지사와 송 비서관 증인 채택을 촉구하며 "희대의 여론조작 사건 '드루킹 게이트'를 밝히고자 하는 야당 요구를 민주당이 거부했다"고 규탄했었다.

▲ 지난 5월 한국당 경남도당이 드루킹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경남도민일보 DB

한국당의 총공세는 그러나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드루킹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자리를 내주는 등 사실상 참패를 했기 때문이다.

후폭풍은 거셌다. 경남지사 출신이자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대표직에서 쫓겨나다시피 내려와야 했고, 4선의 이군현(한국당·통영·고성) 의원도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 지난 5월 민주당 경남도당이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보수세력이 그간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경남 정치지형의 혁명적 전환을 의미했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김해·양산뿐 아니라 창원·거제·통영·고성·남해 등 보수 텃밭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일부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면 한국당이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은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정치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지방선거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 정권 초기 못지않게 지지율이 폭등했던 정부·여당은 10월 중순 들어 점차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연일 '집권 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태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남을 비롯한 영남 및 전국에서 획득하며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내후년 총선 전망을 밝히고 있다.

경남 민심을 둘러싼 각 정당 간 경쟁도 자연히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김경수 지사를 중심으로 지역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고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에 각을 세우며 '경제위기 책임론'을 집중 부각하는 모양새다.

이주영(마산합포)·김성찬(진해)·박완수(의창)·윤한홍(마산회원) 한국당 창원지역 국회의원 4인은 지난 10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이 심각한 경제 파탄을 가져왔고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는 다 죽어가는데 경남 자치단체장 누구도 이런 현실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 지난 7월 정의당이 노회찬 의원 장례식을 마치고 도민에게 인사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2019년 한 해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동일한 대치 전선, 동일한 이슈·쟁점으로 달궈질 게 자명하다. 일단 창원 성산과 재보선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통영·고성 국회의원 선거구 등에서 보수세력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느냐, 문재인 정부와 김경수 도정이 안착을 넘어 성공의 길로 가느냐를 1차적으로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영국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출마할 정의당 또한 '노회찬의 정치' '진보정치'를 창원·경남에서 재구축하느냐 마느냐 중차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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