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만 받으면 그만'이라며 갑질 되풀이
연동형 비례제·정수 늘리기 고민해봐야

경건한 마음으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연말이다. 이 와중에 두 국회의원이 '공분'을 사고 있다.

공항에서 보안검사 하는 직원이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달라고 하자, 이를 거부하고 공항공사 사장에게 전화해 항의한 김정호(더불어민주당·김해시 을) 의원의 '공항 갑질'이 논란이 되고 있다. 공항에서 '국회의원 배지'만 믿고, 대충 신분증 보여주고 그냥 지나가려고 한 게 더 문제라는 등 질타가 이어진다. 민경욱(자유한국당·인천 연수구 을) 의원은 주민과 만난 자리에서 인사를 했지만 주민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자 침을 뱉어 '침 논란'을 낳았다. 참고로 침은 많이 삼킬수록 건강에 좋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국회의원 '갑질 논란'. '갑질'의 원천인 국회의원 특권을 손 보지 않는 한 이런 행태는 되풀이될 게 '안 봐도 영상'이다. 하나,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기를 바라는 건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격'이다. 지금은 여론이 '냄비 끓듯'하지만, 두 의원은 얼른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며 '공천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마음일 것이다.

'꼴 보기 싫은 국회의원'을 보지 않을 방법, 선거제도 개혁은 어떤가. 국회의원을 연동형 비례제로 뽑아보자는 이야기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에서 뽑힌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득표율로 배분한 정당별 의석수에 모자라면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국회 전체 의석 300석을 지역구 253석, 비례(47석)로 뽑지 않고, 정당지지율로 선출한다면, 문제가 된 갑질 의원 상당수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구 중심으로 뽑을 땐 '문제 의원'을 잘못 공천하더라도 한두 석만 잃는 걸로 끝나지만, 연동형 비례제라면 당이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산을 대보며' 공천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도 국회의원이 많다며 걱정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참에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권은 숫자가 적을수록 심해지기 마련이다.

'미우나 고우나' 정치는 입시제도부터 세금, 취업 문제 등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조건을 다룬다(새해에는 정치 혐오를 조장하거나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는 사람과는 좀 더 거리를 두며 지낼 계획이다). 현재 국회의원 1명은 국민 17만 명을 대표하는데, 지난 1948년 제헌국회 때는 국회의원 1명은 10만 명을 대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국민 9만 7000명당 국회의원 1명이다. 500명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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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새로운 세력, 새로운 인물이 더 쉽게 국회로 들어갈 수 있을 때 특권 줄이기도 그만큼 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신 그 자리엔 여성, 청년, 장애인, 영세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등 목소리를 제대로 담는 의원으로 채워보자. 우리 삶을 지키고 바꾸는 주요한 수단인 정치. 선거제도를 바꾸어 우리 삶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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