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노동 존중 보장되어야
문 대통령, 비정규직 만나라

이젠 사라져야 할 말인 '하청', '비정규직'에 관해 곱씹어 보자. 모기업에 대한 하청일 게고,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일 게다. 아직도 갑질에 익숙한 우리네가 버려야 할 말이리라. 모기업과 하청은 갑과 을이 아닌 동반인 협력 관계이다. 정규 비정규의 구분은 어디에 기준을 두어 구분되는가.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이다. 그래서 어떤 회사는 '노무부'를 '근경협력부'로 한다더라. '근로자와 경영자' 사이를 협력하는 부서라나. 갑질이 지탄받는 이즈음 사라져야 할 말이 이 땅에서 없어지도록 우리의 문화도 바뀌어야 할 게다. 다 '빨리빨리'에서 영향을 받았고 '가진 자의 횡포와 가진 자에게 아첨'하는 문화 구조에서 생겨난 말이다.

며칠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살 청년 '김용균'이 사망했다. 이 죽음은 하청과 비정규직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확연히 드러내었다. 2016년 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당시 19살 노동자 김군도 똑같은 하청노동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태안발전소 사고를 조사하는 경찰은 "동선과 시간대를 보면 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잠시도 쉴 틈이 없는 노동, 이것이 하청 일의 본질이다. 이런 죽음이 노동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났지만, 현실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정권을 바꾸었지만, 자본의 논리는 여전히 철벽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앉아서 강요된 죽음의 노동을 방치할 수는 없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는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 사람 존중과 노동 존중은 보장되어야 한다.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노동자의 생명이 경시되는 살인적 구조는 바뀌어야만 한다. 이런 제도와 구조를 방치하고 합법화하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결코 아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를 시작하며 내걸었던 슬로건은 모든 근로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어야만 한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에는 모기업과 하청이 아닌 협력 업체인 동반자요, 정규직, 비정규직이 없는 동등하게 노동하는 근로자이기에.

청와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고 김용균 님에 대한 애도와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책을 주문했다. 기대가 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대통령도 현장을 찾아야만 할 게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지난 11월 12일부터 대통령과 직접 만나 대화하자는 제안을 했다. 만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기에 만나야만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이들의 문제를 방치하는 한, "포용국가로 함께 잘살아보자"라는 구호는 말잔치요, 공염불일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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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구 곳곳에서 정의와 평화가 입 맞추는 때를 기다리며 희망을 노래한다. 이 땅에서 가장 절박한 기다림과 희망을 지닌 사람들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합법적으로 착취당하고 매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일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일 게다.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겠지만,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넣는 비정규직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없다. 작년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났듯이, 다시금 대통령이 나서야만 한다. 만나서,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 땅에서 강요된 죽음의 고리를 끊어 내는 첫걸음을 함께 내딛자. 그렇게 할 때, 성탄은 진정으로 우리 모두에게 기쁜 소식이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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