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현금보다 긴 시간 걸려
사용법 간소화·유인책 필요

"어떻게 쓰는지 아세요? 저는 아직 잘 몰라서…."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에서 만난 상인에게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방법을 묻자 되레 사용법을 묻는 답이 돌아왔다. 상인은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냐는 말에 "네, 됩니다"라고 호기롭게 대답하던 것과 달리, 막상 스마트폰을 꺼내들자 난감해했다.

제로페이를 처음 결제하는 기자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급히 제로페이 사용법을 소개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더듬으면서 미리 내려받은 네이버앱을 실행시켰다. 검색창 오른쪽 위 'QR 결제'가 눈에 들어왔다. 버튼을 누르자 이용자 동의와 계좌 연동을 요구했다. 주거래 은행의 계좌를 등록하려면, 자동응답(ARS)인증 과정에 필요한 숫자 2자리를 휴대전화기에 입력해야만 했다.

계좌를 연동하자 이번엔 결제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기존에 설정한 6자리 숫자를 입력하자 QR 코드를 인식하는 카메라가 켜졌다. 계산대에 설치된 QR 코드를 찍고 가격을 직접 입력한 후에야 비로소 결제가 마무리됐다.

제로페이 앱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설정해 계좌를 연동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휴대전화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첫 제로페이 결제까지 적잖은 난관에 부딪힐 것 같았다. 또 두 번째 결제부터는 어렵지 않았지만 여전히 신용카드 결제보다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해 번거로웠다. 간편결제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결제 과정을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 25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식당에서 시민이 제로페이 앱을 통해 결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제로페이는 중간 단계 없이 소비자가 소상공인 계좌로 직접 대금을 이체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네이버페이·페이코 등 기존 간편결제와 20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매장에 비치된 QR 코드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계좌이체가 이뤄진다.

경남도는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 20일 창원시 일부 지역에서 제로페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제로페이 서비스를 시행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나도록, 상인들이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조작 등을 잘 못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제로페이 자체를 모르거나 알아도 대부분 관심이 없었다.

실제 지난 24일 창원 상남시장 일대 제로페이가 설치된 세탁소를 찾았더니 주인은 "제로페이로 결제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아직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꽃집과 국밥집, 김밥집, 반찬가게를 비롯해 젊은 소비자들이 찾는 파스타음식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반찬가게에서는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려 하자 직원이 급히 주인을 불렀다. 역시 사용법을 잘 모를 뿐 아니라, 돈이 들어왔는지 주인의 휴대전화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물품을 제로페이로 결제를 하려고 하자 하나같이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상인 대부분이 제로페이의 취지에 공감해 설치에 동의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서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 못하고 있다.

이날 시장을 찾은 박정옥 (61·신월동) 씨는 "중장년층 등 휴대전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에게는 새로운 결제 방식인 제로페이가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제로페이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을 요구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류재철(64) 씨 역시 "제로페이는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제도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한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신용카드나 현금 결제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제로페이 성공은 얼마나 어떻게 홍보를 잘 하느냐에 달렸다"며 "가맹점 모집만 할 게 아니라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많이 사용하게끔 포인트 적립 등 소득공제 40% 혜택을 넘어서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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