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공공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을 방안은
한정된 예산·전문인력 부족 속…올해 시즌공연 방식 도입·운영
전문가 "초청 기획 치중"지적…시민·지역 중심 차별화 주문

지난 18일 경상대에서 경남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주제는 '공공 문화예술 공간의 현실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었다.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30년을 복기하고, 나아가 방향성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마침 토론자로 이날 자리를 함께한 터라, 들었던 이야기를 정리해봤다.

◇공공 공연장으로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방안 = 첫 주제는 '공공 공연장으로서 경남문화예술회관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방안'이었다.

최근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용관 (사)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이 발제를 맡았다. 그는 '시즌공연·예술교육·마케팅 방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 개관 30주년을 맞은 경남문화예술회관 전경. /경남문화예술회관

이어진 토론은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 맹수호 김해문화의전당 공연기획팀장, 이현정 LG아트센터 기획팀장이 맡았다.

세 토론자는 각자 공연장 사례를 소개하며 시즌공연 등의 당위성과 과제를 제시했다.

시즌공연은 일정 기간 공연을 미리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받는 형태다. 올해 경남에서도 경남문화예술회관, 김해문화의전당 등 몇몇 공연장에서 시즌공연 방식을 선보인 바 있다.

공연장 처지에서 시즌공연 방식을 도입하면 미리 대규모 관객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공연장 성격에 맞는 공연을 미리 모두 공개하는데, 이때 고유 정체성을 확보하게 된다. 각자 공연장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관객 처지에서 본인 편의에 맞춰 공연을 미리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자연스레 공연장을 신뢰하게 된다.

관객 신뢰가 쌓이고, 재정 안정성이 높아지면 실험도 할 수 있다. 관객이 좋아하는 공연과 다소 인지도 낮은 작품을 묶어 팔 수 있어서다.

행정력도 절약할 수 있다. 가령 이전에는 공연마다 시정 책임자 결재가 필요했다면, 시즌공연 체제에서는 한두 번으로 결재가 끝나기 때문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잘 팔리는 공연은 두고 잘 팔리지 않는 공연에 예산과 노력을 더 들일 수 있다. 결국, 효율적인 면에서 효과가 분명하다.

시즌방식을 포기한 공연장도 더러 있다. 유연성이 부족한 지정 패키지는 관객에게 지나친 헌신을 강요해서다. 새로운 경향을 보이는 관객을 유인하는 데도 한계가 명확하다.

그럼에도, 시즌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이 소장 설명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극장을 찾는 관객을 넘어, 더 큰 규모의 관객을 개발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여기서 예술교육이 등장한다. 예술교육은 잠재 관객을 끌어들이는 유용한 수단이다.

종합하자면, 시즌공연 방식과 예술교육, 그리고 적절한 마케팅 방식 도입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접근이었다.

▲ 지난 18일 경상대에서 열린 경남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모습. /경남문화예술회관

▲ 지난 18일 경상대에서 열린 경남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모습./경남문화예술회관
◇문화예술회관과 문화공공성 = 두 번째 주제는 '문화예술회관과 문화공공성'이었다.

금동엽 울산문화예술회관 관장이 발제를 맡았다. 현실적인 접근이었던 앞선 주제와 비교했을 때, 문화예술회관의 존재적 당위성을 따지는 접근이었다.

이어진 토론은 한승원 에이치제이컬쳐 대표, 강경화 경상대 외래교수, 이영실(정의당·비례) 도의원, 본 기자가 맡았다. '공공성' 개념을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데 할애했다.

문화예술회관 공공성 강조는 현재 지자체 재정 부담, 낮은 입장료, 예술 분야 균형 유지 등으로 나타난다. 동시에 문화예술에 드는 공적 자금이 늘어나면서 효율성을 높이라는 압박도 있다. 그럼에도, 문화예술회관 운영과 관련해서는 합의된 공공성과 효율성 개념을 찾기 어려운 상황.

▲ 지난 11월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극단 현장 연극 <강목발이> 한 장면./경남문화예술회관

금 관장에 따르면, 문화예술회관은 지역 문화예술 중추적 거점이다. 근본에는 문화자원 배분과 참여로 문화복지권을 보장하는 데 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 전문인력 부족, 재정자립도 제고 압박으로 수도권 전문가가 만든 공연을 구입해 재판매하는 형태가 문화예술회관 사업 주류를 이룬다.

결국, 다양한 문화활동 욕구를 지닌 시민을 수익대상으로만 여기게 되고, 문화예술회관은 입장권을 구매하는 특정 시민에게만 봉사하는 결과를 낳는다. 입장권을 사지 않는 시민은 배제하게 되는 셈.

금 관장은 "이런 결과를 피하고 문화예술회관 공공성을 높이려면 기존 초청공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지역 정체성을 발굴하고 구축하는 사업과, 시민이 자신을 표현하고 예술가와의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업 개발이 요구된다"고 접근했다.

입장권을 사는 시민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과 접근을 전체 시민의 잠재적 문화 욕구에 대응하는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 관장은 또 "문화예술회관 공공성을 높이려면 유명 공연 중심 초청 기획 사업에 치중하려는 내부 사고부터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11월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의기> 갈라 콘서트 한 장면./경남문화예술회관

이어 "공공성에 바탕을 둔 문화예술회관 성공을 위해서는 직원 역할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시민 문화적 권리 보장과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정체성 구축을 원칙으로 마인드 세팅을 해 사업 기획·운영·실행에 시민을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역 문화적 욕구를 반영한 지역 특유의 차별화한 사업을 하려면 결국 시민 시각에서 문화예술회관 사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진주 칠암동에 자리한 경남문화예술회관은 경남 문화진흥 정책 하나로 지난 1988년 문을 열었다.

2000~2002년 학교법인 일선학원, 2003~2006년 (재)진주문화예술재단 등 두 차례 민간수탁 공연장이었던 때도 있지만, 2007년부터 지금까지 명백한 도 직영 공연장이다.

따라서 회관의 존재는 진주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도를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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