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마다 사회이슈 보는 관점도 달라
한 해 관통할 키워드, 무엇이 선정될까

신년기획 주제 잡는 일이 쉽지 않네요.

지난 한 주 편집국 데스크회의에서 틈틈이 고민했는데 아직 정하질 못했습니다. 작년에는 '지방분권', 재작년에는 '소통과 화합'으로 어렵지 않게 잡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더 어렵네요.

이유가 있긴 합니다. 작년까지는 한 해 화두가 될 만한 키워드를 잡는 식이었지만, 올해는 5월에 맞이할 '창간 20주년' 기획으로 연결할 생각을 했습니다. 일종의 '연중 기획'으로 고민을 한 건데, 한 해 화두에다 창간 20년 테마까지 겹치니 이게 단순할 리가 없습니다. 명료하지도 않고, 구체성을 띠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그냥 새해 화두를 잡자, 신년기획 주제만 잡자!

이 글이 실릴 24일 자를 기준으로 1~2일 안으로는 주제가 잡혀야 됩니다. 그래야 부서별 기획도 잡고, 시기별로 관련 기사도 준비하고, 연관되는 사진물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사진부에서 말합니다. "단어 하나만 던져라. 그러면 신년호 사진 준비한다." 또 어떤 데스크가 말합니다. "키워드를 찾자. 이 정도면 진짜 야물딱지게 취재해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독자들께서는 어떤 주제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요즘 대세는 '경제'죠. 대부분 언론도 그렇게 전달하고 있는데,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재미있는 건 경제라는 주제가 언론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진단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보수 언론은 이를 '경제위기'로 압축합니다. 중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경영난을 넘어 생존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도됩니다. 떨어질 대로 떨어져 아예 바닥을 기는 고용률 지표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됩니다.

같은 경제 이야기도 다른 한편에서는 '민생'과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조망됩니다. 이 관점에서는 전 세대에 걸친 실업자의 증가와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청년층과 노인층의 빈곤 실태가 주로 제시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호불호도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관점 차이에 따라 갈립니다.

최근 서점가에 나온 <트렌드 코리아 2019>니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같은 책들은 신년기획을 잡는 데 참고가 됩니다. 이런 유의 트렌드 서적들은 작년 말에 '소확행'이니 '워라밸'처럼 올해 실제로 나타난 현상들을 족집게처럼 맞혔다죠.

내년에는 '워커밸(고객과 종사자의 밸런스, 갑질 근절)', '필(必)환경', '뉴트로(복고를 넘어서는 현대적 개념의 복고)' 같은 현상을 이 책들은 예상했습니다. 굵직한 트렌드보다 작고, 개인화되고, 보다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를 보인다는 게 특징이라는군요.

지금 이렇게 뭉기적거리고 있지만 결국 신년기획 주제는 결정될 겁니다. 장고 끝에 악수가 아니라 묘수가 하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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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독자 여러분들, 기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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