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비정규직노동자의 사망을 계기로 '기업살인처벌법'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그동안 사용자가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어처구니없는 사망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유책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또 다른 김용균이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법률을 제정하거나 현행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산업안전법은 법을 위반하여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사용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올해 초 정부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에 대한 손질이 시도되어 사용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하한선이 마련되었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라졌고 벌금 액수만 다소 높아졌다. 재계의 압력이 작용한 때문이었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용자에게 가벼운 처벌이 적용되거나 심지어 아무 처벌이 가해지지 않는 일도 나오는 것은 이런 규정 때문이다. 그나마 벌금이나 처벌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노동자 사망을 낳은 사용자에 대한 처벌은 수백만 원의 벌금 처분이 고작이거나 심지어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산재 유책 기업에 강력한 처벌을 하는 관행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기업살인법을 도입한 영국은 모범적으로 언급된다. 영국은 1987년 여객선 침몰 사고를 계기로 10년 뒤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도입하여 사망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이런 흐름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이 흐름을 외면하거나 왜곡한 것이 수많은 김용균을 양산하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기업살인처벌법 제정 요구가 나온 것은 이미 2000년대 초였다. 2001년은 정부 통계에서 무려 274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때였다. 지금은 기업살인처벌법을 만들 수 있는 적기가 아니라 더 미룰 수 없는 때다. 더는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산재 처벌을 강화하고 원청회사의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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