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동시에 혼란스러운 공간
수용자의 '수동성- 주체성'기로에

가히 유튜브 시대다. 이 땅의 정치인이라면 자기 이름을 걸고 아무개TV라는 유튜브 계정을 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계정을 열 뿐만 아니라 '잘' 운영해야 한다.

기존 방송사들도 형님 대접받던 시절이 끝나버렸다. 방송은 방송대로 만들고 유튜브용은 그것대로 따로 만들어야 시청자들에게 먹히는 시대가 됐다. 처음에는 저작권 위반 영상을 잡아내겠다며 눈알만 부라리면 되는 줄 알았다. 오래지 않아 기존 촬영분 중 본방송에는 쓰지 못한 메이킹 필름을 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스브스니 케네네니 하는 유튜브용 브랜드 계정을 만들어 아예 별도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제작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치인도, 방송사도 자존심 다 내려놓고 유튜브에 자기 존재를 다 던지다시피 하는 이유는 그곳에 절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기존 IT서비스와 달리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연령대를 망라한다는 특징이 있다. 어린이들은 이제 정보를 얻으려 할 때 더는 네이버 검색을 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습득한다. 어르신들에게도 유튜브가 최고의 소일거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듣고 싶은 주제를 익숙한 관점으로 콕콕 집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해줄 정도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다양하고 흥미로은 메시지와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유튜버 혹은 크리에이터란 이름으로 '자기 방송'을 송출하는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방송사에 취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자격 심사도 따로 없다. 다양한 생산자가 다양한 시청자를 만나며 활력 넘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덩달아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다. 가짜 뉴스가 범람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하면, 조회수만 겨냥한 선정적인 내용들이 현실을 호도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혐오 정서가 크게 확산한 배경에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최근 영국의 BBC는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학살 사건의 핵심 배경으로 혐오 여론을 증폭시킨 페이스북을 지목했다.

유튜브가 현재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20세기 초 라디오와 영화가 처음 보급될 당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라디오가 등장했을 때 독일의 나치당은 '국민라디오'를 대량생산해 독일국민들에게 저렴하게 보급했다. 선동의 정치를 구사하기 위해서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이나 연합국 진영 모두는 영화를 홍보매체로 적극 활용했다. 잘 편집된 전장 소식을 영상으로 전달해 국가 동원 체제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였다. 음성과 영상으로 가공된 메시지는 20세기의 전 세계를 광기와 폭력으로 내몰았다. 수천만 명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특정 인종 혹은 민족이란 이유로 학살당해야 했다.

유튜브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현재 유튜브는 좋게 말해 자유롭고 나쁘게 말해 규범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혼란의 공간이다. 극단적인 선정성과 폭력성에 관한 필터링 기능이 일부 작동하고 있지만 조회수를 중심에 둔 알고리즘 때문에 신속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와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김태훈.jpg

그렇다고 유튜브를 쉽게 외면하기도 어렵게 됐다. 물고기가 물이 오염됐다고 물을 떠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이미 소셜미디어 세상에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소셜미디어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기존 매스미디어와 달리 수용자가 상당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 속의 나, 마냥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될지, 스스로 평가하고 편집하며 유튜브를 다루는 주체적인 존재가 될지, 이 또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