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과 대학생의 '행복한 동행'
22개 과목 학생 846명 참여…발대식-현장수업-경진대회
이웃의 이야기 책으로 엮고 재개발 동네 재발견 미션도…지역사회 혁신가 양성 역할

대학과 지역사회의 행복한 공생. 바람직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향으로 정리되는 이 묵직한 주제를 풀어내는 대학이 경남에 있다.

경남대학교 LINC+사업단은 작년 2학기부터 대학생과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특별한 교과목을 개설했다. 기존에 편성한 교과목에 '지역사회(산업)연계 교과목'이라는 이름을 덧붙여 학생들이 지역 사회 문제를 스스로 발굴·해결하고, 지역사회 공헌을 목적으로 운영한다. 대학생들은 살아있는 지식을 축적할 수 있고, 지역사회는 대학과 상생으로 제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지식 습득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예비 지역사회 혁명가'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경남대 LINC+사업단의 '청바지(청춘들이 바꿔가는 지역사회) 프로젝트' 중 하나인 지역사회(산업) 연계 교과목은 작년 2학기 11개 교과목 275명, 올해 1학기에는 22개 교과목 876명, 2학기 현재는 846명 학생이 참여했다. '청년 지역사회 혁신가 발대식'을 시작으로 지역 현장을 방문하고, 교과 활동 주제를 중심으로 문제 발굴·해결·현장 접목하는 수업 방식이다. 사업단은 학기마다 교과목 결과물을 모아 '청바지 프로젝트 경진대회'를 열고 우수 성과들을 공유한다.

▲ 경남대 간호학과 학생들은 마을 주민 건강 상담과 보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남대 LINC+사업단

지난해 2학기 사회학과 '문화분석과 기획' 교과목을 수강한 '완월동 지역주민 구술 생애사 작성팀'(16명)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에 사는 송종남(86)·조외순(72)·배상연(71)·안역순(64) 할머니들을 한 학기 동안 만나 이들의 인생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에 끄집어냈다.

학생들은 네 명의 할머니를 매주 찾아 말동무가 됐고, 1994년생인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한 6·25 전쟁과 3·15 의거 등 질곡의 현대사를 생생히 듣기도 했다. 이들이 듣고 기록한 이야기가 <여름 17도, 겨울 27도>라는 한 편의 책으로 완성했다.

수업을 진행한 정재영 사회학과 교수는 책 소개를 통해 "할머니들의 인생이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계절의 온도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다난한 삶이었지만, 지금도 완월동에 가면 느낄 수 있는 안온한 정감의 온도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온기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제목이다"고 설명했다.

▲ 2018년 1학기 경남대 지역사회(산업)연계 교과목 지역사회 혁신가 발대식. /경남대 LINC+사업단

책에는 할머니들이 수십 년 터전으로 삼은 완월동에 관한 이야기가 연표·사진과 함께 빼곡히 담겨있다. 이러한 교과목 활동과 성과로 2017년 2학기 청바지프로젝트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학생들은 올해 2학기 '마산 어시장 구술생애사 작성팀'(22명)으로 다시 뭉쳤다. '해양사회론'이란 교과목을 통해 해양도시의 기능적 존재인 마산 어시장 지역민 5명을 선정해 <어시장, 좋은데이>란 구술생애사를 정리·발간했다.

사회학과 학생들은 교과목 운영을 통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게 됐고, 지역사회는 역사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콘텐츠산업의 기본자료를 축적한 셈이다.

올해 1학기 청바지 프로젝트 경진대회 대상은 교육학과 '지역사회교육론' 교과목을 신청한 '교방동보물찾기팀'(15명)이다. 마산합포구 교방동은 도시 재개발로 1000여 명 주민이 이사하고 새로운 아파트촌이 들어서고 있다. 주민간 소통 부재로 갈등이 불거졌고, 교방동 주민들은 마을 정체성 확립과 마을공동체 의식 제고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협력 전문기관을 모색하던 차였다. 학생들은 대학 내 여러 분야 교수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공무원 미팅, 주민 인식조사 등을 거쳐 마을 교육 콘텐츠 범위와 교구를 개발하고, 청소년 대상 마을교육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했다. 지난 6월 4일 마산의신여중 1학년 전체 학생과 지역 주민 등 70여 명이 교방동 우리마을 보물찾기 미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큰 호응을 보였다.

▲ 경남대 학생들이 지난 6월 마산의신여중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서원곡 인근에서 '교방동 우리마을 보물찾기 미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남대 LINC+사업단

'교방동 우리마을 보물찾기 미션' 프로그램은 마을교육콘텐츠와 미션수행형 활동 교구 등이 제작돼 앞으로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어서 그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강 후에도 일부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교방동 보물찾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2학기 대상은 '학교폭력예방의 이론과실제' 교과목을 신청한 '학교폭력나쁘조'(6명) 팀이다. 학생들은 학교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임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이론과 사례만 나열하는 강의식 예방 교육을 한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동물나라 브랜치(Branch)북 <코끼리가말야>를 제작했다.

'이런, 코끼리가 너무 커서 집에 들어올 수가 없어요!'라는 문제 상황에서 학생들은 '코끼리 혼자 밖에서 먹게 한다', '코끼리와 같이 식사할 방법을 찾아본다'는 방법 중 선택을 하고 해당 페이지로 책장을 넘긴다. 코끼리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내려려 둘 것인지,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캠프파이어를 즐길 것인지는 매순간 학생들의 선택에 달렸다. '학교폭력나쁘조'팀은 실제 여러 중학교에서 브랜치북을 통해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했고, 중학생들은 자신의 사고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성찰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브랜치북은 실제 수업에서도 응용할 수 있도록 책과 홈페이지가 제작돼 도내 중고등학교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스포츠재활트레이닝' 교과목을 신청한 대학생들은 고령화로 노인 만성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3주간 노인복지센터를 방문해 하지 근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후 만족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대학생들은 더욱 나은 하지근력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게 됐다. 행정학과 '도시및지역재생연습' 교과목 수업을 듣는 '꿈에Green문화동'(5명) 팀은 마산합포구 문화동 카페골목 조성사업과 녹지·범죄예방 골목길 사업을 기획했다.

강재관 LINC+사업단장은 "대학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청년 지역사회 혁신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많은 교과목의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해 대학생들만의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지역사회 혁신을 주도해 갈 수 있는 활동의 장을 많이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지역사회 혁신가로서 청년의 삶을 준비하고 실천해 가는 청춘들을 응원하고,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혁신적 지역밀착형 대학수업의 모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혁신 아이디어 프로젝트 경진대회. /경남대 LINC+사업단

지역사회 연계 교과목은 대학 교과와 실제 지역 문제를 연계한 전국 첫 사례로, 다수 대학이 벤치마킹하고자 경남대를 방문하고 있다. 한 학기 수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역사회 변화에 일조하고자 이후 추진 과정을 챙겨나가는 것은 대학의 남은 과제다. 학생 중 일부는 창원시에서 주최하는 '지역사회 혁신 청소년 아이디어 해커톤 대회'에 참여하는 고등학생 멘토로 참여한다.

지역사회 연계 교과목을 기획한 정은희 지역사회혁신센터장은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개인이 아닌 공동체적 관점으로 해석되면서 다수 대학에서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업과 연계할 교수를 찾기 시작하는 단계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노력한 성과가 작년부터 드러나 지역사회(산업)연계 교과목으로 이어졌고, 인식을 같이하는 많은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이제 대학은 지역사회 혁신가 양성을 넘어 다음 세대인 청소년 역량 강화까지 고민하고, 이런 취지에서 청소년 해커톤 대회에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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