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부서 송년회를 했다. 부서원의 대세를 따라 '굽고 마시는' 회식 대신 맛집 탐방으로 정했다. 회사 근처를 벗어나 소위 '맛집'이라는 곳에서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조촐한 모임을 했다. 술이 없는 송년회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부서원이 돌아가며 1년간 소회를 말하던 건배사도 이번에는 아예 뺐다. 회식 때 건배사를 부담스러워한다는 한 설문조사를 어디선가 본 까닭에서다. 이번 편집부 송년회 덕분에 부서장의 일장연설로 시작해 건배사, 2차, 노래방까지 이어지던 송년회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예전 송년회는 단순했다. 식당을 예약하고 술만 먹으면 됐다. 와글와글 고깃집에 모여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주잔을 셀 수 없이 들이키는 게 송년회의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술을 잘하지 못해 해마다 12월이면 달력에 빼곡하게 적힌 송년회 약속이 부담스러울 때가 잦았다. 대부분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되는 술자리에서 뻗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술 권하는 송년회는 이제 사라지는 분위기다.

올해 4번의 송년회에 참석했는데, 대부분 12시를 안 넘기는 '신데렐라 송년회'로 마무리 됐다. 그래도 술잔을 돌리고 폭탄주를 제조하는 것이 화합도모에는 최고라는 분위기의 송년회도 달력에 몇 개 표시돼 있다.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올해는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 작은 선물을 나누기로 생각했다. 1년 동안 고맙고 감사했던 마음을 담아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에 돈 쓸 필요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주는 즐거움'을 택했다.

누군가 말한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가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받은 것보다 주는 기쁨이 훨씬 크고, 얻어먹는 것보다 내가 사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게 됐다. 나이가 들수록 돈보다 소중한 건 결국 사람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