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꽃다발'뜻하는 라틴어서 유래
교황, 문재인 대통령에 선물해 관심

지난가을, 진해 복지관엘 들렀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복지관 직원 한 분이 제게 물어 옵니다. "신부님, 묵주가 뭡니까?"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답이 나올 뻔~한 질문을 합니다. 제가 피식 웃으며 답합니다. "왜요? 묵주 하나 선물해 드릴까요?" 선물이라는 말에 반색합니다.

묵주란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너무나 친숙하지만, 비신자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입니다. 사람들에게 생소한 묵주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 10월 18일 문재인(디모테오) 대통령이 교황님 알현 때 받은 선물 중에 묵주가 있다고 보도되었기 때문입니다. 묵주는 가톨릭에서 기도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써 라틴어 로사리우스(Rosarius)가 어원입니다. '성모 마리아께 영적인 꽃다발을 바친다'는 뜻으로, '로사리오'(Rosario)라고 합니다.

'묵주기도'는 성모송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처음엔 성모송 횟수를 세기 쉽도록 작은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기도 한 번에 하나씩 옆 주머니로 옮기던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후 간편하게 돌멩이나 구슬을 끈에 꿰어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꿴 구슬을 아름답게 꾸며서 성모님의 꽃인 장미꽃을 봉헌하는 것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묵주를 이용해서 드리는 '묵주기도'는 젊은이들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이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종(善終)을 위한 바람이 크기 때문입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라는 성모송의 한 구절처럼, 성모님께서 죄인으로 죽어가는 나를 위해 하느님께 빌어 달라는 간절함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얽힌 구전 되어 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전 깊은 산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천주교 신자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면서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하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살다 보니 부를 사람도 없는 처지였습니다. 근심에 잠겨 안절부절못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내가 묘한 꿈을 꾸었구나. 지금 산 밑으로 내려가면 길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만날 터이니 모시고 오너라" 하고는 내려보냈습니다.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산을 내려갔고, 한참 후에 긴 검은 수단을 입고 지나가는 신부님을 만나자 다짜고짜 신부님을 집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신부님의 기도 속에 평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습니다.

신기하게 여긴 신부님이 집을 나서다 보니 처마 밑에 오래된 묵주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걸려 있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신앙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낡은 묵주를 처마 밑에 걸어둔 그 정성만으로도 하느님께서 선종의 은총을 베푸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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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들은 그래서 묵주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여러분도 신앙과 상관없이, 주변에 천주교 신자가 있으면 성탄 선물로 묵주 하나 달라고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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