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기계 스마트폰
최악의 발명품 될 지는 인간 의지에 달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2월 '스마트폰의 행성(Planet of the phones)'이라는 기사에서 스마트폰을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린 기계로 평가했다.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8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정보를 자유롭게 빠르게 전달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부하게 변화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또한,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여론을 확산해 민주주의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 있다. 2010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비롯해 이집트·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번진 민주화 운동의 확산, 이른바 '아랍의 봄'은 스마트폰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탄생 불과 10여 년 만에 인류는 스마트폰의 부작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자신을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부를 정도가 되어버렸다. '포노 사피엔스'는 핸드폰을 뜻하는 포노(Phono)와 생각을 뜻하는 사피엔스(Sapiens)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세대'를 말한다. 스마트폰의 편리함 때문에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고 의지하는 인간이 늘어나면서 '생각하는 사람'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빗댄 신조어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에 잠을 깨고, 일기 예보와 주요 뉴스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한다. 메시지·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각종 쇼핑·금융·학습·여가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거의 매 순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함·불안감·우울증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스마트폰 과의존(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으로 신체적·심리적·사회적 부정적 결과를 경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도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은 18.6%로 2011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청소년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은 30.3%로, 성인 17.4%에 비해 2배에 달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아·아동의 과의존 위험이 최근 3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이를 반영하듯,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활용이 학생들의 수업과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국 럿거스 대학 연구팀은 심리학과 학생 118명의 도움을 받아 수업 중 전자기기가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실험 결과, 강의 중 전자기기를 사용한 학생들의 성적은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보다 평균 5%가 떨어졌다. 또한, 텍사스 대학 연구팀은 520명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스마트폰이 가까운 곳에 있거나,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으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분산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스마트폰을 격리하는 것이 주의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채재우.jpg

인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포기할 수 없는 궤도에 이미 들어섰다. 인류가 포노 사이엔스로 되는 것은 필연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더 놀라운 것은 "스마트폰에 의한 본격적인 변화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의해서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스마트폰을 지배할지, 지배당할지는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