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사람만 아는 '진짜 통영 정보'여기 다 있소
동네 소소한 이야기에 집중
관광·숙박콘텐츠업체 만들어
시 공식 SNS도 도맡아 운영

최원주(45) 대표가 어릴 때 부모님은 통영 도천동에서 슈퍼마켓을 했다. 가게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아버지는 버스 도착 시간을 가게 벽면에 써 붙여놓곤 했다. 아버지는 버스 시간이 바뀔 때면 매번 버스 차고지로 달려갔다. 거기서 바뀐 시간을 보고 종이에 써왔다. 아버지는 최 대표가 아홉 살이던 1982년부터 15년 남짓 이 일을 반복했다. 최 대표는 "아버지가 '사람'을 워낙 좋아하셔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 관심을 끌까 궁리하며 재미있는 일을 꾸미곤 했다"고 말했다

▲ 최원주 통영 P&I소프트 대표는 통영을 기반으로 도내 관광·숙박 정보를 콘텐츠로 담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통영 이야기가 보물"

최원주 P&I소프트 대표는 그런 아버지를 빼닮았다. 최 대표는 15년째 통영에서 '웹 콘텐츠'를 만든다. P&I소프트는 통영을 기반으로 경남 도내 지역의 관광·숙박 정보를 콘텐츠로 담는다.

"P&I소프트는 지역 업체로서 인터넷에서 얻을 수 없는 통영 정보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사무실 직원들은 통영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다. 통영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우리는 시와 무관한 콘텐츠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 흔한 통영 꿀빵조차도 우리는 이 꿀빵이 왜 통영에서 탄생했을까? 거기에 집중한다. 꿀빵에 얽힌 통영 사람들의 추억을 길어 올리는 것이다."

P&I소프트는 2016년부터 통영시 공식 SNS(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를 운영해왔다. 블로그에는 콘텐츠가 약 470건 올라왔고 5200여 명이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다. P&I소프트는 통영시 블로그를 알리고자 '동백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동백이는 머리에 동백꽃을 꽂은 갈매기 캐릭터다. P&I소프트는 동백이를 활용해 기관의 다소 딱딱해 보이는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꿨다.

"처음엔 통영시가 블로그까지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동백이도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콘텐츠 품질이 달라지니까 사람들이 댓글도 많이 달았다. 이를 계기로 지역사회에 P&I소프트를 많이 알리게 됐다."

P&I소프트는 또한 숙박 정보 웹사이트 제작 업체로 지역에서 잔뼈가 굵다. P&I소프트는 2004년 통영펜션넷(구 통영민박넷)부터 거제도넷, 남해펜션넷, 지리산펜션넷 등 지역별 숙박 업체 정보를 모은 웹사이트를 운영해왔다.

내년 초에는 '오스테이'라는 전국 숙박 정보 플랫폼을 연다. 오스테이는 '평범한 머무름(ordinary stay)'이란 뜻이다.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로 전국에 숨어있는 민박집 등을 찾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자가 숙박업체에 광고료를 받고 좋다고 광고해주는 것보다 실제 숙소를 다녀온 사람이 무료로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이 방식이 결국 마지막 숙박 플랫폼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보유한 기존 2000여 개 숙박 정보를 바탕으로 시작하고, 전국 각 지역에서 민박집을 발굴할 운영자를 SNS로 모집할 계획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

최 대표는 2004년 고향으로 내려왔다. 수원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다. 그는 "여러 번 취업 기회를 놓치니 그때부터 세상만사가 싫고 마음이 불안하고 허했다. 고향은 유일한 안식처였다"고 말했다.

2004년 그해였다. 최 대표는 아버지처럼 재미있는 일을 도모했다. 통영 할매들 민박집을 찾아서 민박집 정보를 웹사이트에 올리는 일이다. 그는 늦가을께 섬을 떠돌았다. 민박집을 찾아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를 얻어왔다. 이 자료를 컴퓨터로 옮겼다. 그렇게 시작한 게 P&I소포트의 전신 '통영민박넷'이다.

"통영에 섬이 얼마나 많은지, 일단 카메라 들고 무작정 찾아다녔다. 어느 날은 욕지도에 갔는데 한 할아버지가 나를 간첩으로 신고했다. 수상하게 볼만도 했다. 간첩으로 조사받을 일은 평생 다시 없지 않을까…"

최 대표는 2006년 사업을 본격화하며 회사 이름을 P&I소프트로 바꿨다. 처음엔 'P(Passion·열정) 소프트'로 할까 했다. 뒤에 'I(Imagine·상상)'까지 들어간 건 그가 대매물도에 갔던 날이다. 대매물도 장군봉 꼭대기에 드러누웠다. 햇볕을 받으며 눈을 감으니 '열정을 가지고 상상하라'는 말이 확 떠올랐다고 했다.

▲ 인터뷰 중인 최 대표.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즐거운 회사 되길"

최 대표는 며칠 전 직원들과 간식 값 내기로 사다리 타기를 했다. 최 대표가 딱 걸렸다. 그는 "이상하게 내가 자주 걸린다"며 웃었다. 그는 사원들이 회사에서 즐거워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했다.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다. 직원들이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도 회사 와서 사람을 만나고 싶었으면 좋겠다. 나름의 고민도 있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회사에 오래 앉아있으면 직원들이 불편할까 봐 일찍 퇴근한다."

최 대표는 퇴근하면 아이 보기 바쁘지만 틈틈이 책 읽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에세이를 좋아한다. 에세이에는 사람에 얽힌 추억이 있어서 좋다. 나는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다. 그저 큰 걱정없이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싶다."

최 대표는 매일 SNS에 일기를 쓴다. 고등학생 시절 글솜씨가 제법 좋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글쓰면 밥 굶는다고 했단다. 그런 최 대표가 결국 고향으로 내려와 통영 이야기를 콘텐츠로 담는 일을 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우리 동네 수양버들 나무 아래에 평상을 만들었다. 새파란 페인트도 칠했다. 동네 사람들이 거기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최원주 대표는 통영에서 만들고픈 새파란 평상 같은 것들이 많은 듯하다. 그는 "통영에서 그저 부지런히 일하겠다. 회사 규모를 키우기 보다 지역 업체로서 동네 소소한 이야기를 콘텐츠로 녹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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