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읽기 매력 '타인이 되는 시간'
배심원 12명 토론형식 작품
직장인들 배우로 참여 눈길

특이한 방식의 연극이었다. 18일 오후 8시 창원시 3·15아트센터 아르코공연연습센터 중연습실 1. 가운데 원형으로 테이블을 놓고, 그 주변으로 관객들이 둘러앉았다. 테이블로 만든 작은 원이 무대고, 그 둘레가 모두 객석인 셈이다. 지난 7월부터 이곳에서 희곡 읽기 수업을 받는 일반인들이 내친김에 연극 공연까지 하게 된 것이란다.

이날 공연에 참가한 배우들은 외국계 회사원, 공무원, 심리상담사, 문화기획자, 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이들은 모두 창원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운영하는 희곡읽기 교육프로그램 '희비락락' 수강생 중에서 선발했다. 희비락락은 세계 명작 희곡, 드라마, 영화 대본 읽기를 통해 수강생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는 교육이다. 경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자 연출가인 김종원 교수가 6개월간 이들을 지도하며 연극을 완성했다.

▲ 일반인들이 배우로 등장하는 연극 <12인의 성난 사람들> 중 한 장면. /창원문화재단

이들이 무대에 올린 <12인의 성난 사람들> 역시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오로지 치열한 토론으로만 진행되는 작품이다. 1957년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희곡이다. 배경은 법원의 배심원실. 등장인물 12명이 모두 배심원이다. 이들은 18세 소년이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12명 중 11명이 유죄로 판단하나, 단 한 명만이 합리적인 의심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토론을 통해 점차 무죄라고 여기는 이들이 늘어간다. 이 과정에서 배심원 각자는 개인사를 통해 형성된 편견과 왜곡된 생각들을 깨달아 간다.

사실 깨달음을 얻은 것은 연극 속 인물만이 아니다. 평범한 시민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극본을 읽으며 연극을 접하고, 이번에 처음 무대에 오른 배우들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얻었다.

"같은 대사 한 줄도 읽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이 수업으로 타인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공부하였다. 값진 읽기 시간이었다." (구은세 씨)

"작품과 인물 속에서 몰랐던 나를 발견했다. 평범한 우리의 삶도 누구보다 극적이다." (백수정 씨)

공연이라기보다는 연기 워크숍 같은 느낌이었지만, 어쨌거나 제법 재밌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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