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인기로 세계 점령 방탄소년단
한류·한글 열풍 주도한 문화 대혁명

45 million, 24 hour. 뉜지는 모르겠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교수가 수백 명 수강생을 앞에 두고 강단 프로젝트에 띄운 저 수치를 가리켜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말하라"며 좌중을 둘러본다. 모두 멀뚱히 바라만 보니 "맞히면 보너스 점수를 주마"고 채근하나 대답은 신통찮다. 교수가 가리키는 것은 '유튜브'에서 불과 24시간 만에 무려 4500만 명을 들여다보게 한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 '방탄소년단'의 위력이 만든 수치다. 이 엄청난 파급 수요는 비단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가수 중 10여 명 정도만 가능하다는 '스타디움 투어'를 연일 매진시키며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시장에서 저들의 놀라운 성공배경을 주시하지 않고 그 존재조차 데면데면히 여기며 어떻게 경영을 운위하고 마케팅을 논할 수 있겠느냐는 교수의 타박이 뒤따른다.

평양 가서 '빠빠빨간 맛'을 부른 레드벨벳이야 하도 인상 강렬한 등장이라 겨우 이름이나 익힌 것일 뿐, TV 열면 연신 뛰고 굴리는 젊은 '그룹'들을 분간해 내기란 무리다. 워낙 여럿이 떼로 나오는 데다 생긴 모습이나 추는 춤이나가 모두 엇비슷하고 노랫말조차 귀에 웅웅거리기만 하니 도무지 구분해 알아볼 재간이 없다. 꼰대소리 달갑지 않으나 도리 없다. "최백호는 늙을수록 소리가 환장하게 윤이 나는구나"라 구시렁거리며 어차피 벌어진 세대의 경계를 수긍하는 것이다.

하나, 연일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소식이 놀랍기만 하니 '방탄'이 대체 누군가. 텃세가 장난 아닌 미국 음악 시장을 히뜩 뒤집었다. 인기 척도인 빌보드에 이어 '아메리칸 뮤직어워드'를 거머쥐었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대견한 생각을 밝히며 유니세프의 후원자로 나서는가 하면 유엔에 초청받아 희망을 연설하고 공연하는 도시마다 수만 명의 관객이 몰려들어 비틀스의 성공에 비견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침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1위에 뽑혔다. 프란치스코 교황, 문재인, 미셸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레이디 가가 등 쟁쟁한 인물들을 제치고 <타임>의 표지에 오르는 것이다. 일곱 명의 이십 대 우리 청년들이 열어가고 있는 이 기적 같은 성취에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기초문법부터 팝스 잉글리시까지 반평생을 매달려도 '코 큰이' 마주치면 주눅부터 들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징글징글한 물건이 '영어'다. "조국의 힘이 약하여 모국어를 초개같이 업수이 여기고 저 오랑캐의 언어를 배우느라 우리가 이리 개고생이다"라며 게으른 공부를 엉뚱한 비분강개로 눙치던 농땡이의 깜냥으로는 당최 이해 불능의 사태가 목하 일어나고 있다. 미국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앨범이 한 해 두 번씩이나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BTS에 빠진 이국의 청년들이 방탄의 음악에 더 깊이 이입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우리말로 연습해 공연장이 떠나갈 듯 떼창을 한다. 영미는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처녀들이 '방탄'이 즐겨 찾던 삼겹살집을 찾아 '코리아'로 날아오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홍창신.jpg

활자 세대의 구습은 징그러운 것이다. 문자로 짚어가며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니 우선 고른 책이 〈BTS 예술혁명>이다. 유튜브를 열어 시청각 학습을 병행한다. '연관 동영상'이 추천되는 알고리즘이 작동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비디오 클립으로 이 젊은 혁명가들을 익히며 감동에 빠져든다. 그들을 통해 내가 얻은 자긍심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둘러싼 오랑캐들의 훼방에 오도 가도 못해 덧난 분심에 적잖은 위로가 된다. 베트남에 끼친 역사의 빚을 덜어준 축구대사 'BHS'와 더불어 BTS 만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