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맛전세계에 전해요
이웃들 손수 키운 농산물 유통·가공 판매하다보니
올해 매출 10억 달성 전망…"내년 R&D·국외진출 박차"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남창조센터)가 경남지역 창업기업(Start Up) 8개사와 함께 지난달 22∼24일 열린 '2018 자카르타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전'에 참여했다. (주)자연향기는 이 소비재전에서 수출상담 120만 달러, 계약추진 101만 달러라는 성과를 거뒀다.

소설 <토지> 배경인 최참판댁으로 유명한 하동군 악양면에 본사·공장을 둔 (주)자연향기는 7년 전 빈털터리로 고향으로 돌아온 한 40대 후반 남성 손으로 키워졌다. 실패 뒤 귀향한 이 남자는 고향 사람들과 쉬엄쉬엄 일하며 지내려 했지만 결국 또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저지르고야 마는' 본능을 이기지 못했다. 노장식 회장(이사 겸임)은 부인인 권자연 대표이사와 회사를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만 55세) 동네친구였다.

▲ 하동군 악양면 (주)자연향기 노장식(왼쪽) 회장과 부인인 권자연 대표. /이시우 기자

23살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간 노 회장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등 수도권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경매사와 영업 일을 하면서 농산물 유통을 익혔다. 그 뒤 경기도 이천에 김 공장을 차려 7년 동안 운영했다. '바다기행'이라는 브랜드 김을 생산해 신세계와 하나로마트, 갤러리아백화점 등과 거래하며 매출액 100억 원에 이르는 회사로 키웠다. 생산 시설이 낡아 공장 설비를 재구축하는 과정에 큰 화재가 났다. 노 회장은 이 화재로 고향을 떠나 이룬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날렸다.

아픔을 안고 40대 후반인 2012년 봄에 하동 악양으로 돌아왔다. 자기 전문 분야인 농수산물 유통을 살려 '고향 분들 생산물 판매를 도와주며 쉬엄쉬엄 살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동지역 특산물인 매실을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팔았다. 그런데 동네 분들이 뭘 계속 팔아달라고 맡겨왔다. 매실을 잘 파니 다음은 홍시와 곶감으로 유명한 대봉감을 들고 왔다. 지금도 해마다 대봉감과 곶감 4만∼5만 개를 유통한다. 남으면 감식초를 만들었다. 이렇듯 사업 시작은 동네 사람이 손수 만든 하동 특산물 판매였다.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환하고서 이것저것 더 벌였다. 대봉감 유통에서 출발해 감식초를 생산·판매하고, 감말랭이도 팔았다. 대학과 연계해 대봉감 홍시로 만든 푸딩 제품도 개발 중이다.

고향 사람들이 콩 농사를 많이 해 이것도 팔아달라고 했다. 노 회장 부부는 팔고 남은 콩으로 장류를 만들어 팔고 있다. 고사리나 깨, 토란도 맡아 판다.

최근에는 하동 김을 활용해 새롭게 만든 조미김과 김 과자(김부각)를 만들어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다. 12월 중순에는 일본 시장 확대를 위해 현지 바이어와도 접촉했다. 롯데마트 베트남 호찌민점에서는 매년 김과 감말랭이를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판매 행사를 한다.

이것저것 팔다보니 생산제품도 참 다양하다. 녹차맛·현미쌀·새우맛을 첨가한 김부각류, 하동녹차명란맛 조미김, 장류, 차류(발효쑥차·녹차·비트차), 자연발효식초(감·쑥·녹차·바나나·파인애플·매실·딸기), 황매실발효액, 김어포(황매실·숯불갈비맛·매운맛) 등 크게 일곱 가지나 된다.

수출도 늘고 있다. 하동녹차명란김은 미국·캐나다·일본·대만·베트남에, 대봉감 감말랭이는 미국·일본·베트남에, 김부각류는 미국·캐나다·일본·베트남에 수출 중이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작년 매출액이 6억 7800만 원으로 늘었다. 올해 매출액 10억 원은 무난할 예정이란다. 내년에는 매출액을 20억 원(수출 비중 20%)까지 올릴 예정이다. 2020년에는 매출 50억 원, 수출 비중도 절반 이상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런 목표를 이루고자 김부각을 대량 생산할 기계설비를 새롭게 들여 내년 중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식품 관련 이공계 석·박사급 인력을 뽑아 기업부설연구소를 만들어 전문성을 높이고자 한다. 생산인력도 4∼5명 더 늘릴 계획이다.

작년부터 눈을 돌린 국외 시장에 내년부터 본격 진출하고자 한다.

여기에 경남창조센터도 한몫하고 있다. (주)자연향기는 경남창조센터를 통해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비재전에 참가해 현지 빅 바이어인 CNI, 롯데마트 등에 입점을 희망했고, 수출 가능성을 높였다. 더불어 '경남창조센터 인도네시아 할랄(HALAL), 무이(MUI) 인증 획득 지원사업'에도 참여해 인증 획득 절차를 밟고 있다. MUI 인증 획득을 하면 파키스탄과 중동 등 다른 이슬람국가로도 수출 확대·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서 회장은 "회사 지속성을 높이려면 연구개발이 필수다. 내년에는 전문인력 확보로 R&D에 더 박차를 가하고, 동시에 국외 시장 확대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고향 하동에서 친환경 청정 농수산물로 만든 우리 제품을 세계인이 함께 먹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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