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참사 원인 지목…5년새 14명 사망·35명 부상
"주택·숙박시설·식당 등…실내경보기 의무화 필요"

강릉 펜션에서 고교생 10명이 사상하는 등 보일러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안전점검 외에는 방법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가스보일러 사고는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발생할 수 있는데 실내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아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강원도 강릉 한 펜션에서 대입 수능시험을 마치고 현장체험학습에 나섰던 학생 10명 중 3명이 사망했다. 이들 고교생이 의식을 잃고 발견된 펜션에서는 일산화탄소 수치(거실 155ppm, 방 159ppm)가 높게 측정됐다. 이는 환경부 기준 수치(20ppm)보다 8배 높은 수준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일러에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연통 이음매가 1~2㎝ 어긋난 점에 미뤄 보일러 설비 부실에 따른 일산화탄소 노출 가능성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펜션 건물 2층 발코니 끝 보일러실에 있는 가스보일러 연통이 배관과 정상 연결되지 않아 배기가스가 건물 내부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펜션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이 펜션에서는 전날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이런 사고가 이번에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5일 대구 한 빌라에서는 가스보일러 배기통이 이탈돼 일가족 3명 중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2015년 12월 전북 군산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2명이 숨졌고, 2014년 12월에는 의령군 한 빌라에서 가스보일러 사고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일가족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가스보일러 배기통 이탈 등으로 사고가 해마다 4~5건씩 발생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가스보일러 사고는 모두 23건(14명 사망, 35명 부상)이다. 이 중 화재 부상자 1명을 제외한 48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을 보면 이번 강릉 펜션 사고와 유사한 유해가스 배출 중독사고가 전체 74%(17건)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대개 보일러 배기통 등에 이상이 있을 때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한 배기가스의 일산화탄소가 집 안으로 유입되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산화탄소는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어 위험하다.

때문에 현행법에 따르면 기체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가 설치된 경우 면적이 100㎡ 이상이거나 지하 시설에 한해 가스누출 경보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그러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누출 경보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치 규정이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야영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규를 마련했지만 주택과 숙박시설 등 실내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화가 법제화되지 않은 상태다. 또 가스보일러 설치와 시공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가스시설시공업을 등록한 면허보유자가 시공토록 돼 있으나 무자격 시공사나 자격증 불법대여자가 설치할 때가 많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창원에서 보일러 시공을 하는 김모(54) 씨는 "소비자는 정식 등록된 시공업자가 수리·시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간혹 무자격 시공업자가 할 때도 있다"며 "무자격 부실시공과 불법시공행위를 규제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야영시설은 몇 번 사고가 나서 이슈가 됐으니 법제화가 된 상태지만 주택이나 숙박시설, 식당 등은 다 빠져 있다"라며 "관련 법 조항에는 가스누설경보기 설치만 나와있어 대부분 가연성가스용 경보기만 설치하는데 일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는 불완전연소가스용 경보기능도 있는 가스누설경보기를 설치하도록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가스보일러 배기통이 이탈되거나 틈이 생기면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보일러가 오래되면 배기통 연결 부위가 느슨해지거나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점검을 해야한다"며 "일산화탄소 감지 센서 공식 인정 기준을 마련해 안전성을 확보한 기기 보급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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