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과 이별 그리고 독립서점과 만남
박서영·허수경·박노정 씨 타계
떠난 자리 채우듯 신예들 등장
지역 곳곳에 작은책방 문 열어

먼 곳으로 떠나 보낸 문인이 많은 해였다. 죽은 자들은 말이 없다지만, 죽기 전 이미 많은 말을 남겼으니 그 의미를 곱씹는 건 남은 자들의 몫이겠다.

◇떠나고, 떠나고, 또 떠나고 = 지난 2월 박서영 시인은 그의 시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세상을 버렸다. 향년 50세. 암 투병으로 무너지는 몸을 하고도 항상 예쁘게 웃는 이였다.

10월에는 독일에서 허수경 시인의 비보가 전해졌다. 향년 54세. 예민한 그에게 버거운 시대였을까, 젊은 시절 훌쩍 독일로 떠난 그에게 암이 찾아든 건 2년 전이다. 독일에서도 꾸준히 글을 써온 그는 마지막이 다가옴을 직감한 듯 타계 전 지인에게 그의 책을 재출간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직은 젊은 시인들이 차곡차곡 죽음을 준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지난 7월 오랫동안 진주 시민사회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박노정(향년 69세) 시인의 타계도 지역사회에 큰 슬픔을 안겼다. 그만큼 삶과 문학이 일치하는 이를 또 볼 수 있을까.

또 지난 8월 등단 20년 만에 낸 첫 시집을 유작으로 남기고 떠난 김혜연(향년 61세) 시인도 지역에 이만큼 겸손하고 조용하면서도 지독하게 시에 매달린 시인이 줄었다는 사실은 이들의 죽음만큼이나 안타까움을 더한다.

◇큰 작가의 10주기와 젊은 작가들의 등장 = 5월에는 박경리 선생 타계 10주기 행사가 하동, 통영, 강원도 원주에서 진행됐다. 모두 선생의 흔적들이 크게 남은 곳이다. 10년이 지나서야 작가 박경리가 아닌 어머니로 남았다며 눈물짓던 토지문화재단 김영주(72) 이사장과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이사장의 남편이자 선생의 사위 김지하(77) 시인의 모습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 있다.

10월에는 떠난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듯 젊은 문인들이 등장했다. 창원 출신 박세랑(28) 시인과 거제 출신 김지연(35) 소설가가 올해 문학동네 시와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서울에서 활동하지만, 지역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자극이 될 테다.

◇새로 생기고, 변신하고, 활발했던 지역 출판계 = 독립서점만으로 돈벌이가 시원찮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올 한 해 도내 곳곳에 독립서점이 새로 생겼다. 다들 서점을 통해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큰 곳이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 창원 의창구 봉곡동 '오누이 북앤샵'. /경남도민일보 DB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 '오누이 북앤샵'. 열 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이 4개뿐인 작은 서점이다. 지난 2월 장참미(30), 장건율(28) 씨 남매가 오롯이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시작한 곳이다. 외진 곳이라 걱정했는데, 뜻밖에 제법 사람들이 많이 찾아들고 있다.

▲ 김해 불암동 '달빛책방'.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3월 김해시 불암동에 새로 문을 연 카페 겸 서점 '달빛책방'. 박선아(33) 씨와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다.

박 씨는 당시 경력 단절 아이 엄마를 위한 진로 컨설팅과 브랜딩 컨설팅을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SNS에 올라오는 내용만 살펴봐도 그동안 그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는지 알 수 있다.

▲ 창원 성산구 사파동에 문을 연 독립서점 '업스테어'.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7월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에 문을 연 '업스테어(Upstair)'. 부산에서도 유명했던 독립서점이었지만, 더욱 주관적으로 운영하고 싶어 규모를 대폭 줄여 창원에 문을 열었다. 독특한 책 선택으로 꾸준히 사람들이 찾고 있다.

공간을 전체적으로 새롭게 꾸민 진주문고와 북카페를 마련한 경상대 출판부 지앤유도 신선한 변화로 활력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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