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와 낮은 리더십으로 우뚝 선 박항서
평범한 60대에 '할 수 있다'메시지 던져

유치원에서 동화 구연 선생님으로 있는 친구가 있다. 그녀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도 그녀를 좋아해서 그녀 앞에서 늘 까르르 웃고 잘 따른다고 한다. 그녀의 인기 비결은 낮게 앉아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웃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화구연을 정말 실감나게 해준다고 한다. 그녀를 만날 때마다 아이의 얼굴처럼 해맑게 닮아가는 것 같아 노년을 정말 잘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훈훈한 소식에 국민 대부분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박항서 감독에 대한 열풍과 관심이 뜨겁다. 박 감독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애정이 한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한국기업에 대한 베트남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침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좋은 성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본다.

타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우리나라 지도자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베트남 선수들의 발을 마사지해주거나 아픈 선수에게 더 좋은 자리를 양보해 주는 등의 낮은 리더십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경기가 끝난 후 승패에 상관없이 선수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격려하는 그의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종종 보았다.

박 감독이 걸어온 길과 베트남 축구가 걸어온 길은 비슷하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국 축구에서 퇴출된 상태였다고 한다. 박 감독은 어려운 환경과 조건에서 베트남 축구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베트남을 아시아 축구의 중심으로 끌어 올렸다.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서로 마주 보며 어떻게 사랑하는가가 진정한 교육이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그의 마음이 타국민의 선수들에게 통했다. 선수들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배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끈기 있게 도전하는 모습과 희망과 함께하는 겸손한 모습인 그의 낮은 리더십의 결과인 것이다. 그로 인해 베트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며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는 한국인에게도 큰 용기를 주게 된 계기도 되었다. 환갑을 맞아 제2의 인생을 사는 박 감독의 모습에서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노년의 한국인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박항서 감독이 우리에게 주는 자긍심은 대단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뒤로 밀려가 자신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찾아서 끈기 있게 투지를 가지고 제2의 인생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그의 성공은 우리들의 대리만족이자 우리의 자부심이다.

데일 카네기는 "세상의 중요한 업적 중 대부분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한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직이나 사람들은 희망에 반응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산다면 즐거운 노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친구가 직장을 퇴직하고 유치원에서 동화구연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이제 편히 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최소한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무척 행복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자신에게 반갑게 뛰어와 안기며 사랑한다고 말해준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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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이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제2 인생이 멋지고 길 이어지길 바란다. 소박한 들꽃의 낮은 발걸음이 좋다는 그녀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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