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루머와 비리 얼룩진 정치인
품위 지키는 위정자 나오길 염원

중국의 철학자인 공자는 정치는 정직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政正也). 예전 우리 헌정사에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을 많이 해왔지만, 품격을 잃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3김 시대까지만 해도 그렇다. 비유나 위트가 있었고 그 가운데 예리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국민도 폭소를 터뜨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최근 정가를 보면 그러한 폭소를 터뜨릴 만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요즘 정치인이나 정치 행태를 보면 차마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다. 거짓을 숨기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부리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거친 말들을 쏟아내는 막가파식 언행을 볼 때, 과연 저런 사람들을 정말 지도자로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아 수없이 회의에 빠져든다. 심지어는 정치인과 민간인들 사이에 치졸한 법정문제까지 비화해 그야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금나라 세종 왕안옹이 어느 고을 현령을 뽑을 때, 상서성에서 어느 젊은 황실 종친을 자사로 추천하였지만, 세종은 상서성을 나무라며 "한 고을의 관리는 백성들의 안위와 관련된 법이오, 종친이라 하여 자질을 갖추지 못한 자가 자사를 맞게 된다면 백성들은 어쩌란 말이오"라고 한 적이 있다. 또 황제의 호위군 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 지방관에 천거되었을 적에도, "호위군은 무인으로 글을 모르는 자가 많은데 그들이 어떻게 백성들을 돌볼 것이며, 백성들은 직무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함부로 관직을 준 짐을 어떻게 생각하겠소"라며 거절한 한 일화가 있다.

요즘의 정가에서는 이른바 미투 운동으로 곤경에 처한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버젓이 저지른 잘못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하여 혹은 권력에 의지하여 염치없이 직을 유지하는 위정자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적 언어는 언제나 거짓을 사실처럼 만들고 사실을 거짓으로 포장하기 위해 순진한 헛소리를 그럴듯한 것으로 단련시키고 있다"라고 말한 조지 오웰의 말이 요즘처럼 가슴 깊이 와 닿은 적이 없다.

촛불의 노도 분위기를 타고 현 정권이 등장했을 때 이제는 나라다운 나라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껏 들떠있었던 적이 있다. 그야말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80%대라는 천문학적인 지지율을 얻었고 절대다수의 국민은 지금부터의 정치는 정말 정직을 우선으로 치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년 반을 겨우 넘긴 지금, 정권의 권력자들은 부적절한 스캔들에 휩싸이고 있거나 조폭집단과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돌거나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되었다거나 하는 팩트인지, 루머인지가 나돌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많은 국민은 정직한 정치를 한다면 대통령이나 다시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를 할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현 정치적 경제적 난국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에 더 힘을 실어야 한다. 특히 지금의 경제적 난국에 국민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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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국민은 정치하는 사람들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세상이 나타날지 고대하고 있다. 언제쯤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세상이 나타날지, 언제쯤 품위를 제대로 지키는 위정자가 나타나 세상을 이끌어갈지, 국민은 정말 목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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