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강하고 고소한 식물성 기름∼ 나와라 참깨!
식품공학과 박사 출신 대표…원적외선 이용 제조법 개발
맛·항산화물 증폭시킨…참기름·들기름 등 판매
미국·유럽·일본 등 판로 개척…내년 5억 원 이상 매출 기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가 도내 8개 창업기업(Start Up)과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전'에 참여했다. 이 전시회는 (주)코엑스,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공동 주최했다. 도내 참여 8개사는 맛김·참기름 등 다양한 소비재 제조업체였다. 이들 업체는 이번 전시회에서 84건 1565만 달러의 수출상담을 했고, 수출 계약 추진 금액은 787만 달러, 현장에서 직접 수출계약한 금액은 10만 달러라는 성과를 거뒀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창조센터와 함께 전시회 참여 업체들 중 성장성이 뛰어난 두 업체를 직접 방문해 어떤 기업인지 살펴봤다.

창업기업 대표들이 말하는 창업 사연을 들으면 독특하지 않은 게 없다. 참기름·들기름 제조·유통의 일대 혁신을 꿈꾸는 신승아 (주)푸드엔텍(FOOD & TECH Inc)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주)푸드엔텍은 2015년 12월 2기 입주 보육기업으로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했다. 독특한 사업 아이템으로 당시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6년 5월 말 졸업하고서 지금은 진주 문산에 소규모 공장을, 김해 율하카페거리에 카페 겸 제품 판매·전시관인 '엘루와(Erluwa)'를 운영한다.

최근 경력만 보면 딱히 특별할 게 없지만 그가 대학 학부만 3개 학과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박사, 식품공학 박사 학위를 소지했다면 달리 보일 것이다. 올해 만 46세임을 고려하면 "살면서 공부만 했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던 그는 영어에 흥미를 느껴 영어과에 편입해 학사 학위를 하나 더 땄다. 그 뒤 원래 전공이던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땄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첫째 딸 출산 뒤 아이에게 더 좋은 음식을 먹이겠다는 일념으로 대구한의대 식품공학과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문과만 다녔던 그가 갑자기 공학을, 그것도 박사 과정을 하려니 공부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기초부터 공부해야겠다고 맘먹고 창원대 미생물학과 3학년생으로 편입했다. 물론 남편과 시댁 어른은 학부와 대학원을 동시에 수학했는지 몰랐다. 육아와 함께 자연계열의 학부 수업, 공학 계열 박사 과정 수업을 듣고, 대학 영어강사 생활까지 병행했다. 피로가 겹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단다.

▲ 신승아 푸드엔텍 대표가 18일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김해 율하카페거리에 있는 카페 겸 제품 전시관인 엘루와에서 개발·판매 중인 참기름·들기름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어렵게 식품공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식물성 기름을 전공으로 삼아 연구에 매달렸다.

신 대표는 "사람이 호흡해 산소를 흡입하면 2∼5% 활성산소가 생긴다. 이 활성산소는 노화와 암 유발 등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활성산소 제거 물질이 항산화제인데, 참기름·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은 강력한 항산화제다. 하지만, 다루는 게 쉽지 않아 문제다"며 "깨는 로스팅 해야(볶아야) 몸에 좋은 항산화물질이 증폭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도 나온다는 점이다. 벤조피렌은 제거하고 항산화물은 증폭시키며 고소한 맛은 더하는 기술 개발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 연구에 매진했다. 그래서 먼저 고민한 게 참깨·들깨를 '어떻게 볶을지(로스팅 과정)'였다. 결국, 강력한 원적외선으로 깨 전체를 골고루 볶는 법을 개발했다. 이 원적외선을 이용한 참기름 제조방법은 특허등록돼 있다.

새로운 제조법을 활용한 '참기름·들기름' 연구를 마치고 2014년 한국식용유지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설립했다. 2015년 박사 학위 취득과 함께 지금의 푸드엔텍을 설립했다. 기계를 구입하고 깨를 사다 놓고 1년 넘게 계속 연습했다. 연습용 깨만 1t을 썼다. 경남창조센터 입주 뒤 어떻게 유통·보관할지도 고민했다.

신 대표는 "잘 볶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정 환경,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식품성 기름은 산패(부패)가 일어난다. 그래서 잘 보관해야 하고, 유통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제품 판매였다. 다행히 회사 설립 3년 만인 올해 추석부터 본격적인 국내 판로 개척이 이뤄지고 있다.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도움으로 롯데백화점 창원점 상생관에서 참기름·들기름을 선보였고, 올 추석부터는 신세계 센텀점·강남점·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AK백화점 분당점, 신세계가 운영하는 고급 마트인 SSG에 입점했다.

미국식약청(FDA)과 일본 후생성 승인을 받은 터라 수출 길도 열리고 있다. 미국 콤마USA와 참기름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이건 코트라 품목 지정 수출로 이룬 것이라 더 뜻깊다. 품목 지정 수출은 코트라가 주선하는 수출 계약에서 참기름 제품은 푸드엔텍 것만 추천하는 것이다. 유럽에도 2000달러 정도 시범 수출을 했다. 미국 자연나라와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고, 일본에서도 OEM 방식 수출 제안이 들어왔다. 온라인 판매업체와 공급 독점 계약 체결도 앞두고 있다.

이번 자카르타 전시회에 참여해 120만 달러 수출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수출 계약 성사를 위해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특성상 '할랄' 인증을 준비 중이다.

올해 예상 매출 약 1억 5000만 원에서 내년에는 최소 5억 원 이상 매출을 기대한다.

신 대표는 산패를 막고 1, 2인 가구에 적합한 참기름·들기름 유통망 구축을 꿈꾼다. 그게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참기름 자판기다. 최근 ICT업체와 공동으로 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개발이 끝나면 정직하고 고소하며 더 건강한 참기름을 소비자가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공급하는 유통으로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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