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령 오래돼 폐기"…조경전문가 "보전했어야"비판

창원시 새 야구장 옆 차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30여 년생 나무들이 폐기처분된 사실이 확인됐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야구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야구장 차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도로변에 있던 가로수·조경수가 사라져 의아해했다. 야구장 북문에서 정문까지 삼호로변에 봄에는 화사한 벚꽃이 뽐을 내고 여름에는 보행로에 그늘을 만들 정도로 큰 나무들이 있었다. 그런데 차로 확장공사를 위한 가림막이 설치되고 보행로가 사라진 데 이어 가지가 우거지고 키 큰 가로수·조경수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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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새 야구장 옆 차로 확장 공사로 도로변에 있던 30여 년생 나무들이 무더기로 벌목됐다. 이곳에는 왕벚나무·히말라야시더·은행나무가 있었다. /경남도민일보 DB

확인 결과, 가로수 은행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겨졌지만 조경수 왕벚나무 20여 그루와 히말라야시더 10여 그루는 베어졌다. 조경수는 1982년 마산종합운동장을 지을 때 심은 것이라 30여 년생이다.

야구장 시공사 태영건설은 차로 확장에 따라 삼호로변 은행나무 23그루를 창원시가 지정한 장소에 옮겨 심었으며, 2그루는 야구장 내에 심었다고 밝혔다.

벚나무와 히말라야시더를 베어버린 데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벚나무와 히말라야시더는 수령이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이식할 경우 죽는다는 전문가 자문 결과에 따라 불가피하게 폐기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오래된 나무를 폐기한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경전문가 박정기 씨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그 지역 역사를 함께했다고 보면 된다. 이들 나무를 편의에 의해서 폐기 조치했다는 게 안타깝다"며 "수령이 오래된 나무 한 그루는 어린 나무 몇 그루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부라도 보전해서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새 야구장 북문에서 운동장사거리(정문)로 이어지는 도로변에 보행로가 사라져 위험하다는 <경남도민일보> 보도 이후 임시 보행로가 마련됐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12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운동장 쪽 삼호로 보행로 도로점용허가를 받고 차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 창원시 새 야구장 옆 차로 확장 공사로 도로변에 있던 30여 년생 나무들이 무더기로 벌목됐다. 18일 이곳에 공사 가림막과 임시 보행로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삼호로변 보행로를 없애고 차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보행자 교통사고 우려가 있었다. 북문 입구에 '보행자보도 없음!', '차도 보행시 사고 위험!'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있었지만 행인들은 우회로를 이용하지 않고 차로로 걸어가기도 했다. 차량도 보행자를 피해 급하게 피하기도 했었다. 또한 교통사고 위험이 큰데도 야간에는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없었다.

보도 이후 태영건설은 야간에 관리·감독하는 인력을 배치했고, 지난 10일 임시 보행로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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