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팬 설레게 한 한국 거장들의 작품전
탄생100주년 이성자 화백 등 1세대 화가 명작 전시 풍성
창원조각비엔날레 부각 속 소규모 갤러리들 위축 씁쓸
창원서 땅에 묻힌 석불 발견…비지정 문화재 관리 도마에

올 한 해 지역 미술계는 창원조각비엔날레 개최, 지역 거장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 등 굵직한 행사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상업 갤러리가 활동 폭을 줄이고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던 갤러리마저 역할을 축소해 나름 특색 있는 전시를 기대하던 지역민은 아쉬웠다.

문화재 부문에선 '비지정문화재'가 이슈였다. 앞으로 지정될 가치가 있는 문화재의 기준과 현황이 부실해 분실되고 훼손되고 있었다.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위하여 = 지난 9월 4일 '불각(不刻)의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개막한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가 17억 원의 예산을 들여 41일간 여정을 끝내고 10월 14일 막을 내렸다.

창원문화재단과 윤범모(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은 국내외 작가 60여 명(팀)을 초청해 조각, 회화, 미디어 아트 등 220여 점을 선보였다. 용지공원(실외전)과 성산아트홀(실내전)을 중심으로 본전시를 열었고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창원역사민속관 등에서 특별전을 진행했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중심은 '유어예 마당'이었다. 윤 감독은 용지공원에 조성한 조각품을 누구나 만지고 놀 수 있는 참여형 비엔날레를 제안했다. 관람객 10만 1000여 명은 나들이 겸 여행으로 창원조각비엔날레 행사장을 찾아 전시를 즐겼다.

올해도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한 질문은 계속됐다. 젊은 작가 몇몇은 공개 비평 자리를 열고 작품을 영구설치하는 비엔날레의 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지적했다.

윤 감독도 애정 어린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경남도립미술관의 뮤지엄 렉처에 참가해 비엔날레를 위한 전문 전담기구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세대 화가를 만나는 기쁨 = 올해는 한국 미술계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작품을 볼 기회가 많았다.

먼저 2018년은 한국 최초 도불 여성화가이자 프랑스에서 '동녘의 여대사'라 불린 이성자(1918~2009) 화백 탄생 100주년이었다.

▲ 이성자 화백. /경남도민일보 DB
▲ 이성자 작 '대척지로 가는 길'.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은 기념전 '대지 위에 빛나는 별'을 열고 이 화백이 진주시에 기증한 귀중한 작품 300여 점 가운데 70여 점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진주 경상대에서 '이성자:화가의 시간, 하늘도시로 초대하다!'라는 이름으로 학술대회를 열고 진주시가 지역 유산으로 잘 엮어갈 이성자 화백의 다양한 콘텐츠를 고민했다.

또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은 지난달부터 '내고 박생광의 삶과 예술'이란 주제의 '내고 박생광-대안동 216번지에서'전을 개막해 내년 2월 24일까지 이어간다. 박 화백(1904∼1985)은 진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을 하다 광복과 함께 귀국했다. 그는 토속적인 이미지를 단청의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담아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며 채색화의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 박생광 화백./연합뉴스

▲ 박생광 작 '무당'.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은 지난 2월 현역 노대가 이준 화백의 100세를 축하하는 상수기념전 '빛의 향연-이준'을 열었다. 이 화백은 1919년 남해에서 태어났다.

미술관 1·2·3전시실과 특별전시실까지 내걸린 이 화백의 작품 300점에는 아름다운 남해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창원을 찾아 말했다. 아직도 남해가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여전히 푸른 바다와 하늘은 자신의 영원한 영감이라고.

▲ 이준 화백./이미지 기자

▲ 이준 작 '일월'. /이미지 기자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작가(지난 5월 한 경매에서 작품가 85억 3000만 원을 기록)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도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도내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다.

김해문화의전당은 서울 환기미술관과 공동으로 한국 아방가르드와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린 김 화백의 작품을 내걸었다. 그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을 실제로 볼 수 있다.

▲ 김환기 화백./연합뉴스
▲ 김환기 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해문화의전당

◇역할 축소한 기업 내 갤러리들 = 올해 지역 소규모 갤러리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특히 기업 내 갤러리들이 운영 방식을 바꾸며 숨 고르기를 했다.

창원 금강미술관은 기획전을 접고 미술관을 설립한 우영준 ㈜한국야나세 회장이 28년간 수집한 소장품을 큐레이션해 기획전을 열었다.

창원상공회의소 내 챔버갤러리도 그동안 갤러리가 작가를 발굴·초대한 것을 축소해 대관으로 작품을 내걸고 있다.

또 창원 경남스틸㈜ 내 송원갤러리는 지난 3월 '조현계 초대전'을 끝으로 작품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 한 해에 많게는 전시 네 개를 기획해 선보였던 갤러리는 활동을 크게 줄였다.

이와 함께 올해 도내 병원 내 갤러리 3곳이 폐관하거나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 2009년 개관해 평면 중심 전시장을 탈피해온 창원 갤러리고운이 병원 내부 사정으로 갤러리 간판을 뗐다. 창원 the큰병원 숲갤러리와 김해 the큰병원 숲갤러리도 문을 닫았다.

◇돌아온 '비지정문화재' = 지난 9월 땅속에 파묻혔던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해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현황 파악부터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었다.

국보나 보물과 달리 법이나 조례에 따라 관리되지 않는 '비지정문화재'는 사찰과 비석, 정자 등 개인 소유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관리가 허술하다. 특히 '소답동 마애석불좌상'처럼 도시 개발 중 공무원의 무관심으로 분실·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개발 관련 부서와 문화재 담당 부서의 엇박자 문제, 학예사 부족 등 문화재 관리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지난 11월에는 창원시가 잃어버렸던 비지정문화재 '창원 상천리 석조문화재'를 되찾기도 했다.

'비지정문화재'는 앞으로 지정될 가치가 있는 문화재로 바라봐야 한다. 실질적인 지역 내 문화재 보존·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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