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과 인류에게 재앙인 플라스틱
친환경,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소비행태

"쓰레기를 되가져가라." 필리핀 민다나오 항구 야적장에 쌓인 5100t 쓰레기는 한국이 내다 판 것이다. 생활쓰레기까지 뒤섞인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필리핀 환경단체는 마닐라 한국대사관, 관세청 앞에서 시위도 했다. 우세스럽다.

세계 재활용쓰레기 절반을 사들였던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자 국내 업체들이 재활용품 수거를 하지 않아 난리가 났다. 부랴부랴 정부는 커피점 내 일회용 플라스틱컵 판매를 중지하는 등 2030년까지 플라스틱 배출량을 50% 줄이겠다는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플라스틱 문제는 인간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소비하는지 바로 보여준다. 비닐봉지부터 페트병, 포장재까지 우리 생활에서 플라스틱은 넘쳐난다. 인간이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땅과 바다에 섞여 환경을 황폐화하고 있다. 거북이 코에 박힌 빨대와 목구멍에서 비닐봉지를 빼내는 광경을 쳐다보고 있자면 속이 뒤집어질 정도다. 플라스틱 때문에 매년 거북이는 10만 마리, 새는 100만 마리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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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관계자가 필리핀 민다나오섬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톤을 조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썩지 않는 신물질은 이제 재앙이다.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터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태평양 1만m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비닐봉지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또 중국과학원은 마리아나 심해에서 리터당 미세플리스틱 11.43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해양 쓰레기 중에 수거된 것만 34만 8155t에 이른다. 플라스틱류가 58%를 차지한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잘게 부서져 생물들이 먹고, 먹이사슬에 따라 축적된다. 해수부 해양 미세플라스틱 환경위해성 연구 자료를 보면 거제와 마산 해역 어류 소화간에서 마리당 미세플라스틱 축적 농도가 1.54개에 이른다.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먹은 우리 몸속에도 쌓이고 있다. 이렇게 하다간 미래는 없다. 글로벌 생태발자국네트워크는 매년 '지구생태 용량 초과의 날'을 발표하는데 2018년은 8월 1일로 역대 가장 빠른 날짜를 기록했다. 30년 전 10월 15일, 20년 전 9월 30일, 10년 전 8월 15일에서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한 해 쓸 수 있는 생태 자원을 다 소진하고, 미래세대의 자원을 끌어다 쓰는 셈이다. 현재 소비 행태를 감당하려면 지구 1.7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은 2018년 4월 16일, 세계에서 14번째다. 국토 8.5개 더 있어야 감당할 수 있다.

다행히 자각하는 인간이 늘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밝힌 내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필환경시대'다. 센터는 "친환경이 아니고 필환경이다.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하면 좋은 것' 혹은 자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 필환경의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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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 소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큰 흐름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제 생존소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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