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공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자기 활을 두고 돌아왔다. 신하가 왕을 위해 활을 가져오겠다고 하자 공왕은 초나라 사람이 잃은 활을 초나라 사람이 줍게 하라고 말하였으며 이를 들은 공자는 사람이 잃은 활을 사람이 줍게 하라고 하였으면 좋을 것을 어찌 반드시 초나라 사람에게만 국한하였냐고 말하였다.

신하는 활을 왕의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공왕은 국가단위로 확장시켜 초나라 사람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공자는 그것도 얼마나 좁은 마음이냐고 세계인의 범주에서 생각하였다. 신하는 왕의 마음으로, 왕은 공자처럼 생각할 수 있음에도 각자 신하로서, 왕으로서의 직위에 맞는 자기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학생회장선거, 조합장선거에서 공직선거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거를 단속하다보면 신하와 공왕, 공자와 같은 마음으로 말하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특히 내년에 조합장선거가 있다보니 조합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작은' 선거와는 상관없고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처럼 '공직선거'에만 필요하지 않냐고 반문하신다. 약간의 부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큰 선거도 아니니 투표만 잘하면 된다고 강조하실 때 담당자로서 곤란함을 느낀다.

그러나 반장선거에 임하는 초등학생이 그대로 커서 공직선거에 투표하듯이, 조합장선거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공직선거에 투표하는 유권자와 동일함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또한, 내가 속한 이 작은 사회는 더 큰 사회의 한 부분이라는 것도 잘 안다. 즉, 현재 선거에 참여하는 나와 미래 선거의 나는 같은 사람임을, 작은 사회일지라도 결국은 큰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같은 공정의 잣대로 투표해야 함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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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을 잘 뽑아야 학급이 잘 돌아가고, 조합원은 조합장을 잘 뽑아야 조합을 위하는 길이고 나아가서는 올바른 정치인을 뽑을 수 있다. 덜 깨끗하고 더 깨끗한 선거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행사하는 모든 선거는 작은 선거든 큰 선거든 깨끗해야 하므로 신하나 공왕이 바라본 선거의 범주가 아니라 공자의 범주에서 더 크고 더 넓게 선거와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것이 깨끗한 조합장선거의 밑거름이 되고 깨끗한 공직선거의 열매맺음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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