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1호 공약 결실
인맥·정치력·집요함 효과
야당의원·지자체 노력 한몫

서울에서 출발한 고속열차가 곧바로 경남 내륙을 가로질러 진주를 거쳐 거제까지 내달릴 수 있는 일명 ‘남부내륙 철도(서부경남 KTX)’가 사실상 건설 확정됐다.

지난 13일 경남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부내륙철도 철도 예비타당성 면제를 곧 결정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5조 원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은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B/C 0.72)이 부족하다고 결론나면서 국책사업 무산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곧바로 경남도와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 주도로 민간적격성 조사가 추진됐다.

서울에서 KTX를 탑승했을 때 전국에서 유일하게 3시간 이상 소요되는 지역이 경남뿐이라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남부내륙철도’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타 결과가 이미 나온 마당에 추진하는 민간사업은 고육지책에 다름 아니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김경수 지사는 1호 공약을 ‘서부경남 KTX 조기착공’으로 내걸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된 내용이었기에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를 면제받으면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청와대와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협의하고 요청해온 김 지사의 ‘서부경남 KTX 조기착공 활동’은 결국 경남에 온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결실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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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예타면제 요구는 김 지사가 처음으로 제기한 대안은 아니었다.

남부내륙철도 구축 사업이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이어 2016년 3차 계획에도 연속 반영되면서, 지역 국회의원 중심으로 예타 면제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남테크노파크를 방문했을 때 당시 홍준표 전 지사가 ‘부친(박정희 대통령)이 못다 이룬 김산선을 꼭 마무리 지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입에서는 ‘남부’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고, 청와대 역시 지역 국회의원들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대처했을 뿐이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은 없었지만, 그동안 경남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남부내륙철도 조기착공 가능성의 시그널을 만들어 왔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경남도는 예타에서 경제성 ‘0.01’ 수치라도 올리고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 주말 이용객 증가치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관광 잠재력 등을 제시하면서 격론을 벌여 왔다. ‘B/C 1’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예타면제 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지역 정치권 역시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걸고 정부를 압박해 왔다. 김경수 지사 취임 후에는 경제계뿐 아니라 보수성향 사회단체들까지 경남도와 한마음으로 뭉쳐 서부경남 KTX 조기착공 결의를 다져왔다.

이후 김 지사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만나 “서부경남 KTX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하겠다”는 확언을 받아냈고, 이 과정에서는 국토교통위 소속 박완수(창원의창) 의원의 측면 지원도 주효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0월 초 고용·산업 위기 지역인 통영과 거제를 방문해 “서부경남 KTX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0월 24일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는 지역 파급 효과가 큰 SOC 사업에 대해 예타면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서부경남 KTX’ 조기착공의 가능성은 더욱 높게 점쳐지게 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무엇보다 지역정부와 중앙정부 간 협의가 부드럽게 이어졌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동안 경남도민들의 ‘조기착공’ 열망이 경남도의 공격적 요청과 정부의 적극적 자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13일 문 대통령이 300여 명의 경남 경제인 앞에서 ‘남부내륙철로 예타면제 곧 결정’이라고 말했을 때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경제인들과의 오찬장에서 김경수 지사의 집요함(?)이 또 한 번 연출됐다. 김 지사는 인사말을 하려는 문 대통령에게 ‘서부경남 KTX 예타 면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해줄 것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이 웃으면서 재차 약속을 하자 지역경제인들의 환호는 또 한 번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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