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남산공원 장소 상징성…공동체 문화 콘텐츠 자원으로
축제 성공 조건…전통성 회복·행정주도 탈피해야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에 있는 남산공원은 여러모로 창원의 역사와 공동체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청동기에서 삼한시대 유적들은 선사시대부터 창원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남산은 또 조선 전기 설치된 행정구역 창원대도호부의 주요 산으로, 예로부터 주민들이 가을 수확을 끝내면 남산에 올라 음주 가무를 즐겼다.

1998년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창원남산상봉제는 산업개발로 약해진 지역 공동체와 전통문화를 계승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올해로 20년째다. 20년간 이어졌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

하지만, 시작할 때 취지를 잘 살려왔는지 되돌아보면 이제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고향의 봄 도서관 동원홀에서 열린 창원남산상봉제 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는 변화에 대한 고민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 지난 12일 창원 고향의 봄 도서관 동원홀에서 열린 '창원남산상봉제 2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하는 모습. /이서후 기자

우선 송성안 경남대 교양융합대학 교수는 '창원남산상봉제의 지역 콘텐츠 활용과 축제의 성공조건'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과연 창원남산상봉제 행사에 정체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역축제 대부분이 차별성 없이 전통문화, 예술, 오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합해 다른 지역 축제와 차별화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채우고 있다며 남산상봉제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해온 축제의 답습,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 부재, 지역주민의 참여 부족 등의 문제는 축제의 성공 조건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20년 전 남산상봉제를 시작하게 된 취지인 지역 전통성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먼저 축제장소인 남산공원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산은 "창원공단이 조성되는 개발의 변화에도 옛 창원대도호부와 연관된 유일한 상징적 동산"이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창원지역 문화예술 콘텐츠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창원에는 석불 정기호(전각), 동원 이원수(아동문학), 우성 김종영(조각), 살매 김태홍(시) 등 한국대표 예술가들이 많다.

▲ 지난 9월에 열린 제20회 창원남산상봉제 장면. /창원남산상봉제 축제위원회

송 교수는 이를 위해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향의 봄 도서관을 축제 플랫폼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이란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 발굴, 교육, 전시 등을 말한다.

김우태 경남문예진흥원 부장은 '축제와 문화공동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축제들의 문제를 지적하며 먼저 관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유력 인사 위주의 행사 운영이 주민들을 동원하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축제라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축제의 형식적인 부분보다 우선은 지역 공동체 문화를 살리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축제를 연다고 공동체 의식이 알아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 공동체 문화 만들기가 이뤄져야, 스스로 즐기는 축제, 나아가 관광 자원이 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김 부장은 설명했다.

이날 좌장은 김정대 경남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가 맡았고, 장동화 창원남산상봉제 축제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지난 20년 역사를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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