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예술인 복지제도 마련 논의 올해 물꼬

보통 바둑 대국이 끝나면 돌을 뒀던 순서대로 다시 두기도 한다. '복기'다. 나의 선택과 실수를 되짚고, 앞으로 벌일 또 다른 대국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겠다. 매년 이즈음 한 해 경남 문화예술 결산을 낸다. 지난 일을 되새기며 미래를 전망하고 준비하는 작업이다. 가장 먼저 올해 경남 문화정책과 음악 분야 관련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복기한다.

◇상처 입은 용의 귀향 = '상처 입은 용이 고향에 묻혔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지난 4월 2일 자 통영국제음악제 관련 본보 기사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 3월 30일 개막식을 치렀다. 매년 같은 시기 치르는 행사이지만 올해는 유독 의미가 달랐다.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힌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유해가 사후 23년 만에 고향 통영으로 옮겨져서다.

핀란드 헬싱키, 일본 도쿄를 거친 물리적 이장은 지난한 시간의 아주 일부였다.

윤이상은 1967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조작·과장한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까닭에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가 사무치게 고향을 그리워했던 사연은 익히 알려졌다. 생전 일본 대마도에서 어선을 빌려 먼발치에서 고향 바다를 바라보며 절규했고, 베를린에서 통영멸치를 선물 받자 "통영, 통영멸치!" 하며 또 한 번 절규했다는 사연이다.

▲ 지난 3월 고 윤이상 유해 안장식 모습. 통영국제음악당 뒤 묘역에는 너럭바위가 놓였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유해는 지난 3월 20일 통영국제음악당 뒤에 묻혔다. 바다 내음 고스란히 전해지는 고향 바다가 코앞이다. 98㎡ 묘역에는 너럭바위가 놓였고, 바위에는 연꽃을 이르는 '처염상정(處染常淨)' 네 글자와 '윤이상' 'ISANG YUN' '1917~1995' 문구가 차례로 새겨졌다.

음악제 개막 공연 때 윤이상이 1981년 발표한 '광주여 영원히(Exemplum in Memoriam Kwangju)'가 서막을 장식했다. 불세출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바흐 '무반주 소나타 No.2 A단조 BWV 1003'으로 상처 입은 용을 위로했다.

1999년 '윤이상 음악의 밤'으로 시작한 통영국제음악제 내년 주제는 '운명(Destiny)'이다.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문제 = 지난 6월 7일 자 본보 기사는 창원문화재단 내분 원인으로 '낙하산 인사'를 꼽은 재단 노동조합 성명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노조는 '선거캠프 낙하산 출신'이 재단을 망쳤다고 주장했다. 재단 대표이사는 선거 결과에 따라 바뀌는 자리라는 의미였다.

재단은 지난 2012년 통합 출범했다. 창원시는 공모로 상임이사를 뽑겠다고 했으나 이상화 전 성산아트홀 관장이 재단 대표이사를 겸했다. 이 전 관장은 당시 재단 이사장이었던 박완수 전 시장 측근으로 분류됐다.

겸직 체제는 지난 2014년 9월 16일까지 이어졌다. 이날 이 전 관장이 사임했다. 마침 그해 7월 안상수 전 시장이 취임했다. 그리고 신용수 전 재단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신 전 대표이사는 그해 6월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 안 전 시장 선대위 본부장을 맡았다. 당선 이후 시정 업무 인수 과정에도 참여했다.

▲ 비어 있는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실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4년이 흐른 지난 6월 신 전 대표이사는 임기 4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직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허성무 시장이 당선됐다. 자연스레 재단 대표이사 자리에 관심이 쏠렸다.

허 시장은 "선거나 정치, 정파에 관계없이 정말 능력 있는 분을 모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논공행상'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아직 재단 대표이사 자리는 공석이다. 시 고민이 길어져서다. 명망 있는 전국적 인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지만, 뚜렷한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

시는 지난달 '창원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대표이사 근무 기준을 '상근'에서 '비상근 및 상근'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대상을 확장하겠다는 접근인데, 조례 개정 여부를 떠나 대표이사 선임이 당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 = 지난 8월 민선 7기 김경수 경남도지사 도정 4개년 계획이 나왔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과제 목표 하나로 '자생적 예술활동 지원 기반 마련을 통한 예술인 복지확대와 권익신장'을 언급했다.

문화예술계 전반의 큰 화두인 예술인 복지 증진과 맞닿은 목표다. 문화 기본권을 보장하면서 문화예술인 활동을 지원하고 창작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아쉽게도 경남은 지난 2012년 진행한 '경남 문화예술인 실태조사'가 가장 최근 자료다. 계획 수립 바탕이 되는 실태 파악 없이 틀을 짠 셈이다. 더욱이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도 없는 상황.

▲ 경남도의회가 지난 10월 경남예술인 복지 조례 제정을 위한 첫 토론회를 열었다. /경남도민일보 DB

지난 8월 22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정책 세미나에서 조웅제 경남도 문화예술과장은 "당장 내년에 바로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남도의회도 곧바로 움직였다. 김경영 도의회 문화복지위원은 지난 10월 '경남예술인 복지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 토론회'를 열었다. 조례 제정 첫 발을 뗀 셈이다.

앞으로 조례가 제정되고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도정 4개년 계획에서 언급된 예술인 복지 관련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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